손길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9명의 한국인, 9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하는 초등교실이야기

by 손길


“환영합니다.”


교실 앞문, B4사이즈에 20명 남짓의 아이들 이름이 적힌 종이를 붙였다. 매년 3월,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설레면서도 긴장되고 기대된다. 작년의 경우 특히 그랬다. 시골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남편을 따라 나오게 된 이곳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교사들은 매해 관외와 관내 이동을 신청하게 되어 있다. 한 학교에 머무르는 기간은 5년이 만기이며 대체적으로 4년 근무 후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관외에서 들어온 교사의 경우 기존 관내 교사들의 이동이 끝난 후 나머지 학교로 배정된다. 나머지 학교란 '비선호 학교'다.


이전 학교의 인자하신 교감 선생님께선 송별회 날


“우리 000 선생님께서 00 지역으로 가시게 되었네요. 00에서 제일 힘든 학교로 가시게 되셨어요. 그래도 00 갈 수 있게 되어 축하합니다.!”


라고 덕담해주셨다. 그땐 그저 주말부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가족들과 매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마냥 기뻤다.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한 귀로 들어왔다 한 귀로 나가 버렸다.


아이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베로니카, 리윤, 하산, 다이아나, 후세인, 루이젠, 플라톤....'

참 낯선 이름들. 개학날 아침 일찍 출근한 나는 이 아이들과의 만남을 상상하며 외국 인사말들을 연습했다.


이라크,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인, 러시아인.


초등교사로 적지 않은 경력을 쌓아가고 있지만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선경험이 없으니 막막했다.


그 때, 히잡을 입은 여학생이 교실로 조심스레 들어왔다.


'이 아이가 2살 많은 시리아인 여학생 제납이구나.'

“안녕하세요.”


서툰 한국말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제납에게 나는 미리 익혀둔 시리아 인사말을 건넸다.




2020년 3월 2일.

그렇게 시작된 나의 고군분투 교단 생활은 2년 째에 접어 들었다. 올해, 우리학교는 교육부지정 다문화연구학교를 운영하게 되면서 모두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고자 애쓰고 있다. 사실, 나는 상상 초월 학교 속 아이들을 들여다 보면서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한 편으론 나는교사로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었다.


‘이런 경험 아무나 못 할 텐데, 18명 중 12명이 다문화 가정인 교실. 이 교실에서 수업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학교 안과 밖 외국인들의 사정은 실제 어떤지,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경쟁사회 글쓰기, 책쓰기도 경쟁인 이 시대에 교단일기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기록만이 살길이다. 교사들이 늘 말하는 법칙 ! 적자생존!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우리 교실 속 아이들과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손길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