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 한 잔의 환대
시리아 학생 가정 방문기
우리반에는 외국인이 많다. 그중 시리아인도 있는데 매일 지각에 수업시간 교실 이탈에 마음 편할 날 없다. 그래도 1학기에 비해선 기본생활규칙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내가 외국인 학생들의 생활을 조금은 인정하고 내려놓은 것도 긍정적인 평가에 한몫했으리라.
후세인은 내가 작년에 맡았던 반 학생의 이복동생이다.
작년 우리 반 학생이었던 하산은 첫째 부인의 아들로 내전 때 동생들을 모두 잃었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던 당시, 나는 수업 참여 의사가 없던 5학년 하산의 집에 방문했었다. 하산의 휴대전화에 학급 네이버 밴드를 설치해 주고 줌 어플도 설치,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네비를 찍고 빌라촌에 들어섰다. 하산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먼 곳에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통학했다고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면서 대견했다.
문 앞, 초인종을 눌렀다. 하산과 어머니가 나를 반겨 주셨다.
예상 밖이었다.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 부엌 겸 거실, 작은 베란다가 전부인 공간이었지만 공들인 듯한 인테리어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깔끔히 정돈된 내부.
하산의 어머니는 아주 젊고 아름다우셨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아이를 넷이나 낳으셨지만 아이 셋이 내전으로 인해 줄줄이 죽었다. 하산의 아버지는 시리아에선 귀족 출신으로 고학력에 재력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난민’으로 한국에 살아가고 계셨다. 어머니 또한 좋은 집안의 내력을 가지고 계셨는데 그건 정돈된 집의 모습, 예를 갖추는 품격 있는 태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산의 방은 침대 하나와 티브이 모니터, 플레이스테이션 도구들이 전부였지만 어머니의 손길을 거쳐서인지 분위기가 있었다.
하산의 어머니께선 손님이 오셨다며 커피와 과자를 내오셨다. 한국말이 서투셨지만 서툰 부분은 하산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표정은 온화하셨다
“이거 엄청 맛있는 과자예요. 이거 커피에 우유 섞어요. 맛있어요.”
과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커피는 기억난다.
“쪼르륵”
컵에 담긴 커피가루와 주전자잔에 정성스럽게 데운 우유(전자레인지가 아니다!)가 더해지자 달콤하면서도 친근한 향이 방을 가득 채운다.
한 번 먹어보라고 내 쪽으로 컵을 내미시는 어머니.
“저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하산이 대신 말을 전했다.
나는 카페인에 아주 취약한 데다 우유에 커피를 타 먹어본 적도 없던 사람인지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토록 예를 갖추며 손님 접대를 해 주시는 분의 호의를 거절하는 건 못할 짓이다.
“맛있지요?”
11살의 아들을 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께서 우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나를 바라보셨다.
“아주 맛있네요!!”
하산은 가정방문 이후에도 줌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진 않았다. 밴드에 출석 댓글도 몇 번 달지 않았으며 내가 직접 전화와 개인 영상통화로 근근이 출결을 확인했다.
하지만 매일매일 마주치는 하산은 성큼성큼 자라 있다.
내년이면 결혼을 할 거라는 하산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본다.
가끔 생각난다.
그때 그 커피의 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