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뭐길래

짧은 만남을 끝으로

by 손길


2학기가 시작된 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우리 반에 새 친구, 플라톤이 왔다. 첫 만남, 나는 교무실에 얌전히 앉아 있던 플라톤에게 인사를 건넸다. 플라톤은 부끄러운 미소만 지었다.


“아이가 부끄럼을 많이 타요.”


교무선생님과 한국어반 선생님께서 면담을 통해 확인한 플라톤의 첫인상은 위와 같았다. 플라톤은 러시아 유치원과 러시아 학교를 다녔다. 한국 국공립초등학교를 다니려고 시도했지만 집 부근의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고 어쩌다 보니 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우리 학교까지 오게 되었다. 플라톤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러시아어만을 사용했기에 한국어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부끄러움이 많을 것 같았던 플라톤은 예상과는 다르게 교실 입성 첫 날부터 수업 시간 중 교실에서 뛰어다니거나 큰 소리로 혼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한국말을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우리반에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3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플라톤을 챙겼다.


그런데 첫날부터 정말 큰 문제에 봉착했다.


그건 바로 ‘마스크 미착용’.

플라톤이 마스크를 자꾸만 벗는 것이었다.


“마스크 해야 해요! 벗으면 안 돼요!”


내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그때 뿐, 플라톤은 계속 마스크를 벗었다. 급기야 친구들도 플라톤에게 마스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플라톤 마스크 써~~”

“선생님, 플라톤 또 마스크 벗어요.”


플라톤은 마스크 이야기가 싫었던지 투덜대면서 발을 쿵 구르며 책상에 엎드려 버리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일주일 정도 지나갔을 때다.

플라톤 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플라톤은 어머니,누나와 함께 사는데 중학생인 누나가 한국말을 제일 잘했다.


“선생님, 플라톤 누난데요. 플라톤 내일 학교 쉬어요. 플라톤 어릴 때 심장 안 좋게 태어나서 마스크 잘 못 써요. 코 밑으로 내리고 다니는 거 못하면 집에서 공부할게요.”


‘아 그래서 마스크를 자주 벗었구나’


싶다가도 교실에서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하는 의문도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해서 플라톤은 1주일 정도의 학교 생활을 마지막으로 등교가 잠정 중단되었다. 플라톤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2014년 러시아에서 발급받은 진단서에는 ‘심장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의사인 지인들에게 의뢰도 해 보았다.


“음,,2014년이면,,이 정도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다고요? 오히려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이 학생에겐 더 안전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플라톤 스스로가 절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수 없다고 하니 홈스쿨링이나 면제밖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때부터 플라톤 어머니, 플라톤 누나와의 기나긴 통화가 시작되었다. 통화 연결 자체가 아주 어려웠다. 어렵게 연결된 통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이러했다.


- 플라톤은 러시아 학교를 다닐 땐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리고 다녔다.

- 이제 러시아 학교는 비싸서 못간다.

- 플라톤 어머니는 격주로 주야간 일을 다니신다.

- 플라톤은 집에 혼자 있는게 익숙하다.

- 플라톤 누나는 중학교를 마치고 오면 5~6시 정도다.


나는 플라톤 누나와의 이야기를 통해 가정 상황을 적당히 확인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학교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방임’에 속해 보였다. 소통이 안 되어 더 오랜 시간이 지체되다. 결석 12일이 지난 시점, 어머니와 가까스로 다시 통화가 되었다.


“선생님, 걱정 안 해도 되요. 플라톤 월요일부터 센터 가요. 플라톤 끝나면 태권도 가요. 태권도 오면 누나 있어요.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어머니, 문자 보내드린 대로 면제 신청서에 싸인 하고 러시아 학교 재학 증명서 주셔야 해요.”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플라톤 어머니께서 요청하신 ‘면제’를 위해선 학교 면제신청서와 증빙서류가 필요했다. 하지만 매번 알아보고 서류가 준비되면 연락을 취하시겠다던 어머님께서는 늘 연락을 받지 않으셨다. 플라톤 누나와 간혹 연락이 닿으면 무엇이든 바로 처리 되는게 아니라 엄마한테 물어보겠다고 하곤 또 아무 소식이 없었다. 가정방문도 이루어졌지만 통화가 안 되니 시간대를 맞출 수 없어 주변 이웃들 이야기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도 이틀이 지났다. 다행히 우리반 알리가 주말에 아빠 회사 부근에서 플라톤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 주어 플라톤의 안위(?)에 대한 걱정은 좀 덜 수 있었다.


그 날 오후, 다문화 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지원 센터 선생님께서는 현재 플라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학교는 아니지만 이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증빙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하셨다. 플라톤 어머니께 서류를 챙겨서 빠른 시일 내에 학교에 방문하라고 하겠다며 말씀하셨다.


오늘 밤, 나는 플라톤의 면제 신청서 싸인과 증빙서류를 받기 위해 가정방문을 한다.





일 주일간의 학교 생활, 마스크 착용 거부, 면제 처리.


오랜 시간 끌며 내 속을 태우고 내 시간을 태웠던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코로나 때문인가.

아니면 소통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약속을 가벼이 여기는 누군가의 마음 때문인가.

이전 07화주어진 환경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