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구할 수 없는 '포켓몬스터빵'
저녁 9시. 오늘도 스마트폰 편의점 앱에 접속해서 집 근처 편의점에 ‘포켓몬스터빵’이 들어왔는지 확인을 한다. 계속되는 ‘새로고침’ 클릭 끝에 드디어 ‘포켓몬스터빵’ 2개가 도착했음이 확인된다. 외투만 대충 걸치고 ‘포켓몬스터빵’을 사기위해 편의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오로지 ‘포켓몬스터빵’을 사기 위해 쉬지 않고 뛰었건만 ‘포켓몬스터빵’은 이미 동네 초등학생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포켓몬스터빵’을 사서 나오는 아이의 흐뭇한 표정이 마치 나를 향해 “아저씨. 한 발 늦으셨네요”라고 하는 것만 같다. 오늘도 이렇게 ‘포켓몬스터빵’을 놓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띠부띠부씰’을 놓쳤다.
‘띠부띠부씰’은 ‘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는 씰(띠고 붙이고 띠고 붙이는 씰)’을 의미하는 단어로 특정 재질의 자주 탈착시킬 수 있는 형식의 스티커를 말한다. 특히, 특정 과자나 빵 등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말하는데, 2000년대 초 유행하던 ‘포켓몬스터빵’이 최근 다시 유행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모으는 것이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포켓몬스터빵’은 아무나 구할 수 없다. ‘포켓몬스터빵’의 엄청난 인기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켓몬스터빵’을 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포켓몬스터빵’이 유행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언젠가부터 ‘포켓몬스터빵’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두 아이 모두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빵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띠부띠부씰’이 갖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되는데, 끝까지 ‘포켓몬스터빵’을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중요한 건 ‘포켓몬스터빵’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포켓몬스터빵’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또 용기를 내서 ‘포켓몬스터빵’이 들어왔는지 물어보기도 하는데 빵을 살 운명이 아니었는지 한번도 ‘포켓몬스터빵’을 만난 적이 없다.
사실, ‘포켓몬스터빵’을 산다는 것이 썩 마음 내키지 않는다. 특히, ‘띠부띠부씰’과 같은 장난감에 현혹되어 먹을 것을 구입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다. 그리고 ‘유행’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것을 손에 쥐어야 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맞지 않다. 특히, 제빵회사의 상술이 너무나 뻔히 보이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띠부띠부씰’을 갖고 싶어 하는 두 아이의 간절한 눈빛이 오늘도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오늘도 습관처럼 편의점 앱에 접속해서 동네 편의점에 ‘포켓몬스터빵’이 들어왔는지 확인을 한다.
이게 아빠의 마음인가보다. 평소 아동권리를 지키기 위한 ‘아동권리 히어로’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오늘 만큼은 ‘포켓몬스터빵’을 손에 넣어 ‘띠부띠부씰 히어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