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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보다 빛나는 '결석'

성실함의 상징 '개근상', 아직도 유효할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증가추세가 너무나 가파르다. 이러다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만명씩 나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진 게 엊그제 같은데, 이미 그 수치를 훨씬 뛰어넘어 지금은 매일 20만명씩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개학’이 이루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코로나19가 정점일 것으로 예상되는 3월 중순 정도 까지는 온라인 수업을 했으면 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개학’과 더불어 정상등교가 결정되었다. 물론, 학교도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방역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올해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첫째 아이도 개학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것 같다.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는 기쁨보다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지 가방을 챙기며 가방 맨 앞 칸에 여유분의 마스크를 넉넉히 챙긴다.


이런저런 걱정을 뒤로하고 어쨌든 ‘개학날’이 밝았고 아이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 일도 없이 학교에 잘 다녀온 듯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개근’을 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자랑이었다. ‘개근’은 곧 ‘성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사를 준비하며 입사지원서 맨 첫 줄에 ‘12년 개근’을 적었던 기억이 있을 만큼 ‘12년 개근’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초중고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을까 생각이 된다. 시간이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아픈 몸을 이끌고 등교한 적도 꽤나 있었던 것 같다.


워낙에 ‘성실’을 강조하시던 부모님이기에 아프더라도, 아니 아파서 쓰러지더라도 학교에 가서 아프라는 부모님의 교육관이 이해는 되지만 아픈 상황에서 학교에 출석하는 것을 질병에 대한 ‘전염성’ 관점에서 보자면 그리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나와 친구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이기적인 행동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프더라도 학교에 출석하는 것이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몰랐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실함의 상징인 ‘개근상’이 아직도 유효한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 속에서 ‘출석’보다 빛나는 ‘결석’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결석’하는 것이 나를 위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것임을 말이다.


*2022. 3. 4. 베이비뉴스를 통해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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