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가 2017년 재개봉했다. 컴퓨터 화면으로만 영화 러브레터를 보다가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니 다가오는 울림이 달랐다. 러브레터는 대학시절 처음 봤다. 그 후 눈이 오거나 문득 보고 싶어질 때 한번씩 영화를 봤는데 볼 때 마다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 속 누구의 상황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랐다.
남자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와타나베 히로코, 죽은 남자친구인 후지이 이츠키, 히로코에서 편지를 받는 후지이 이츠키. 이렇게 3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때로는 히로코의 서운함이 이해가 되었고 때로는 남자 이츠키의 행동이, 때로는 여자 이츠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각각의 상황과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러브레터 영화를 볼 때 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감성 역시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설원에서 죽은 남자친구를 향해 외친다.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
고베에 살고 있는 히로코는 죽은 남자친구 집 졸업앨범에서 그의 주소를 발견하고 손목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데 답장이 온다. 히로코가 죽은 남자친구 집 주소라고 생각하고 적은 주소는 죽은 남자친구와 이름이 같은 후지이 이츠키라는 여학생 주소였던 것이다. 히로코와 이츠키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후지이 이츠키(남)의 추억을 공유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츠키의 후배들이 책 한권을 들고 찾아온다. 과거 이츠키(남)가 이츠키(여)에게 대신 반납을 해 달라고 부탁했던 책을 내미는데 그 책 뒤에 있는 도서카드에 중학교 시절 이츠키(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츠키(여)는 눈물을 글썽이고 어색하게 웃으며 뒤돌아선다. 이츠키(여)는 히로코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가슴이 아파서 보내지 못하겠다
그 동안 이츠키(남)가 이츠키(여)를 좋아한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히로코와 결혼하기로 했던 이츠키(남)가 좋아했던 건 이츠키(여)라는 것. 예전에는 러브레터를 볼 때 주인공들의 그 섬세한 감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츠키(남)가 전학을 갔을 때 이츠키(여)가 왜 꽃병을 던졌는지. 이츠키(남)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츠키(여) 역시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좋아하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계속 표현하고 있었지만 그 표현 방식이 서툴렀고 그걸 알아차리기에는 둘 다 어렸던 것이다.
하얀 설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잔잔하게 OST “Winter Story”가 흘러나온다.
나도 그 설원 위에서 외쳐보고 싶다.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