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편
퇴근할 때 항상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어느 날인가 삼성역 바로 전에 있는 슈페리어 빌딩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방송사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뭔가 사건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다. 슈페리어 빌딩에 빵집이 있어 가끔 들러서 빵을 사 먹었다. 빌딩으로 들어가면 미용실이 있는데 회사 선배 단골 미용실이 있어 몇 번 따라 간적이 있었다. 매일 지나치는 일상적인 곳이었다.
지금은(2018년 현재) MBC 사장이 된 최승호 PD. 영화 “공범자들”은 최승호 PD가 만든 영화다. 영화를 보는데 매일 지나쳤던 슈페리어 빌딩이 나왔다. 거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었던 것이다. 최승호 PD는 슈페리어 빌딩 앞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통령님께서 언론을 망친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호원이 최승호 PD를 막아 서고 질문을 못하게 막는다. 그는 그들에게 얘기한다.
"언론이 질문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2007년의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이 기억난다.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느라 한창 바쁜 시기였다. 당시 소대원들과 인근 면사무소에 투표를 하러 갔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다들 즐거웠고 공기도 시원했다. 두돈반 트럭을 타고 면사무소로 이동하며 누구를 뽑을지 얘기했다.
누군가는 허경영을 누군가는 정동영을 누군가는 이인제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이명박이 당선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나도 이명박을 찍었다. 정치는 잘 몰랐지만 현대건설 사장을 하고 서울시장을 하면서 청계천을 복원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잘 하겠지 싶었다.
정치에 대해 잘 몰랐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정치는 정치인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싶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충실히 하고 바르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은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동안 옳은 것이라고 배워오고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언론에서 얘기하고 있었다.
2009년 배우 장자연이 자살을 하며 문건을 남겼고 거기에 포함되어 있던 수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사건은 그대로 덮였다. 진실을 얘기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고 권력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당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무겁게 지고 있었던 대통령이라는 옷을 벗고 봉하마을에 내려가 수수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어울렸다. 밀짚 모자를 쓰고 다녔다. 손녀를 태우고 논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사람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막걸리를 마셨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곧 측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각종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뭔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 않았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마음의 빚이 생긴 것 같았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권력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세뇌시켰는지 나온다. 그리고 그 권력 옆에 공생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 시절 어떤 이는 권력에 굴복했지만 누군가는 저항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대중들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 영화는 공범자를 지목한다.
공범자1, 공범자2, 공범자3, 공범자4, 공범자5, 주동자. 이명박
영화를 보며 나 역시
공범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 갖지 않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지켜 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MBC 이용마 기자는 최전선에서 투쟁하다가 해고당했고 그후 암에 걸렸다. 덩치 좋던 이용마 기자가 병마와 싸우느라 살이 빠진 모습이 안타까웠다. 싸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용마 기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암흑의 시기에 최소한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누군가는 동조하고 누군가는 방관할 때 누군가는 침묵하지 않았다. 소수의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