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
새벽에 달리다 보니 러버덕이 떠 있었다. 안 그래도 다시 설치된다는 얘기를 동료에게 들었다. 얼마 만에 설치되는지 알고 있냐는 물음에 4년? 5년? 정도라고 대답했는데 8년 만이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8년!
8년 전 러버덕을 처음 봤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때는 저녁에 뛸 때였다. 발 디딜 틈 없이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뛰다가 멈추고 러버덕을 구경했다. 엄청나게 큰 오리. 단순한데 귀엽다.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러버덕의 흥행 이후 매년 새로운 무언가가 설치되었다. 비슷한 크기의 조형물이 물에 둥둥 떴다. 하지만 러버덕만큼의 임팩트는 없었고,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러버덕을 구경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나도 잠시 멈춰 러버덕을 바라봤다. 8년 전 내가 봤던 그것과 지금의 이것은 같은 녀석일까? 8년 전에도 뛰고 있었는데 지금도 뛰고 있는 나.
8년 전과 지금의 나 사이에 있는 수많은 스토리.
뭔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또 변한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