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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Dec 20. 2022

아버지는 빨치산이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 소설

아버지는 빨치산이었다. 당시 동네에서 가장 똑똑하고 촉망받던 청년. 하지만 그 후 세상이 변했고 빨갱이였던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은 풍비박산. 아버지 동생의 아들은 육사에 합격했으나 신원조회에 걸려 최종 불합격.

딸은 아버지가 싫었다. 감옥에 갔다 왔으면 다른 곳에 살아야지 왜 고향에 내려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냐고. 아버지는 말한다. 고향을 놔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한 번도 딸에게 부탁하지 않던 아버지가 전화해서 말한다.

3만 원만 부쳐달라고. 딸은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꼿꼿하던 양반이 치매에 걸려 그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딸은 30만 원을 부쳐준다. 마음껏 소주도 사드시고 담배도 사서 펴라고. 얼마 후 아버지는 죽는다. 쓸쓸할 것 같던 장례식.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사람, 저 사람. 아버지는 외롭지 않은 사람이었다. 자기가 가진 것이 없음에도 진심으로 이웃을 도왔고, 없는 자 편에서 살아왔다. 딸은 아버지가 결코 헛되게 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빨치산 기간은 4년, 나머지 70년이 넘는 세월은 평범한 그 자체였다는 것.

프레임에 갇혀 평생을 산다는 건.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책 #책추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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