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 소설
아버지는 빨치산이었다. 당시 동네에서 가장 똑똑하고 촉망받던 청년. 하지만 그 후 세상이 변했고 빨갱이였던 아버지 덕분에 온 가족은 풍비박산. 아버지 동생의 아들은 육사에 합격했으나 신원조회에 걸려 최종 불합격.
⠀
딸은 아버지가 싫었다. 감옥에 갔다 왔으면 다른 곳에 살아야지 왜 고향에 내려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냐고. 아버지는 말한다. 고향을 놔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한 번도 딸에게 부탁하지 않던 아버지가 전화해서 말한다.
⠀
3만 원만 부쳐달라고. 딸은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꼿꼿하던 양반이 치매에 걸려 그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딸은 30만 원을 부쳐준다. 마음껏 소주도 사드시고 담배도 사서 펴라고. 얼마 후 아버지는 죽는다. 쓸쓸할 것 같던 장례식.
⠀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사람, 저 사람. 아버지는 외롭지 않은 사람이었다. 자기가 가진 것이 없음에도 진심으로 이웃을 도왔고, 없는 자 편에서 살아왔다. 딸은 아버지가 결코 헛되게 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빨치산 기간은 4년, 나머지 70년이 넘는 세월은 평범한 그 자체였다는 것.
⠀
—
⠀
프레임에 갇혀 평생을 산다는 건.
⠀
⠀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책 #책추천 #소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