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요일 아침.
강낫또씨는 씻지도 않고 바로 서재에 가서 노트북을 켰다. 전날 다운 받아둔 영화 ‘라라랜드’를 보며 영상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했다. 그는 ‘라라랜드’를 이미 5번이나 봤다. 극장에서 2번, 올레티비로 2번, 노트북으로 1번.
볼 때마다 새로웠고 엠마스톤이 점점 이쁘게 보였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리 참으려고 애써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유튜브에 올릴 17번째 동영상은 ‘라라랜드’ 영화 소개 영상이다.
그는 영화를 돌려보며 주요 부분을 편집하고 자막을 넣었다. 그리고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자신의 목소리를 영상에 입혔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이폰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로 녹음했으나 15번째 동영상부터는 Rode smart lav+ 마이크로 녹음하고 있다.
유튜브를 할 때 초반에 장비빨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지만, 그는 Rode 마이크를 한번 사용해 보고는 완전히 빠져 버렸다. 주위 잡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자신의 목소리만 깔끔하게 녹음되었기 때문이다.
강낫또씨는 심혈을 기울여 동영상을 편집했다.
미세하게 자막 싱크를 조절하고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을 부분 부분 편집해서 넣었다. 그렇게 해서 8분짜리 동영상이 완성되었다. 시간을 보니 이미 오후 2시가 지나 있었다.
5시간 동안 꼼짝없이 동영상을 만든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는 어두운 서재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햇살이 따사롭게 온 집안을 밝히고 있었다. 식탁에는 아내가 적어둔 쪽지가 놓여 있었다.
[크리에이터 강낫또님! 카레 만들어 놨으니 데워서 먹어요. 나는 오늘 모임 있어서 저녁 먹고 들어갈게요. 동영상 만든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해요. 천천히, 꾸준히. 알죠? 사랑해요]
아내가 남겨둔 쪽지를 읽으며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따뜻한 흰밥에 아내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둔 카레를 데워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감자와 당근, 두툼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카레.
그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다. 그는 얼마 전 쿠팡에서 주문한 낫또도 하나 꺼내 카레와 함께 먹었다.
그는 낫또를 하루에 한 개 이상 먹는다.
아무리 바빠도 회사에 출근하기 전 낫또는 하나씩 먹는다. 주위에 강낫또씨처럼 낫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아내도 낫또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낫또 특유의 끈적끈적한 맛을 좋아했다. 그래서 유튜브 아이디도 강낫또가 된 것이다.
그는 점심을 먹고 소파에 누워 편집한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돌려봤다.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유튜브에 올려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동영상을 업로드 했다. 제목은 ‘강낫또의 인생 영화 추천 - 라라랜드’. 그는 동영상 소개란에 ‘#라라랜드 #강낫또 #인생 영화추천’ 이라는 3개의 태그를 달아뒀다.
그는 업로드된 동영상을 보며 좋아요 버튼을 눌러뒀다. 좋아요에 숫자 1이 표시되었다.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뿌듯함을 느끼며 조회 수 10만, 100만이 되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는 유튜브 스타가 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강낫또씨는 자신이 올려둔 동영상의 퀄리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많은 사람에게 노출이 안 되어서 그렇지 한번 동영상을 본 사람은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좋아할 것이라는 자신감.
그는 유튜브 스타가 되는 상상을 하며 달콤한 낮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낫또씨는 꿈속에서 나름의 유튜브 스타가 되어 있었다. 구독자 수는 4만 명을 훌쩍 넘겼고 동영상에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대부분 동영상을 잘 봤다는 감사의 내용이었고 간간이 악플이 달렸다. 악플 비중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댓글에 열심히 답변을 남기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답변을 안 달 수도 없고.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진심이 담긴 댓글에만 답변을 달기로 하고 선택과 집중하며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가 답변을 남기는 사이 또 댓글이 달렸기 때문에 끝이 없었다. 그는 유튜브 스타도 피곤하구나 하는 행복한 푸념을 하며 꿈속에서 열심히 답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