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잣집 아들 강낫또씨

소설

by 봉봉주세용

39살인 강낫또씨는 3년 전 회사 동료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 송유정씨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강낫또씨보다 5살이 어렸다. 그녀는 대학교수인 부모님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인형은 아니었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졌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강낫또씨에게 편안함을 줬다. 강낫또씨는 원래 결혼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송유정씨를 만나면서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살면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녀에게 대쉬했고 그녀도 그런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강낫또씨는 그녀와 함께 만들어 가는 일상생활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20살 때부터 자취생활을 시작한 그는 혼자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막상 결혼해서 함께 살다 보니 그것 역시 괜찮다고 생각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혼자 먹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예전에 그는 혼자 여행을 가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내와 함께하면서는 혼자 하는 것의 재미를 잃었다.


한번은 아내가 일주일 동안 해외로 연수를 가게 되어 강낫또씨도 혼자서 2박 3일 동안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전혀 즐겁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여행을 즐겼을 텐데. 강낫또씨는 그때 깨달았다.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에 더는 혼자서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낫또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동네에서 부잣집 아들로 통했다. 젊은 시절 무역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는 이른 나이에 독립해서 회사를 차렸는데 하는 일마다 잘됐고 당시 유행하던 아파트 투자에 성공해서 큰돈을 벌었다.


아버지는 그 돈으로 규모가 꽤 큰 청바지 제조회사를 차렸는데 사업은 초반부터 대박이 났다. 청바지, 청자켓 등이 유행할 때라 밤새도록 공장을 돌려도 물량을 다 댈 수 없을 정도였다. 사업 규모는 점점 커졌고 그만큼 아버지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평일에는 늦은 시간까지 높은 사람들을 만나 접대를 했고 주말에는 골프를 치러 갔다. 어머니는 강낫또씨에게 아버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귀찮게 하면 안 된다고 항상 얘기했다. 아버지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지만 강낫또씨는 아버지를 좋아했다.


어쩌다 한 번씩 아버지와 마주치면 미안한 마음을 넉넉한 용돈으로 표현했다.


당시 500원이면 구멍가게에 가서 원하는 어떤 간식이든 사 먹을 수 있었는데 강낫또씨의 아버지는 세종대왕이 그려진 1만 원짜리 지폐를 2-3장씩 강낫또씨에게 쥐여줬다. 그러면서 친구들 데리고 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했다.


돈이 힘이고 권력이라는 것.

강낫또씨는 초등학교 때 이미 그걸 알아버렸다.


아버지에게 받은 용돈으로 그는 친구들과 반도리아라는 햄버거집에 가서 햄버거에 콜라를 사 먹거나 가끔은 경양식집에 가서 돈가스를 사 먹었다. 그는 식당에 갈 때 4-5명씩 반 친구를 데리고 갔는데 그 안에 끼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강낫또씨에게 미국에서 건너온 샤프펜슬을, 어떤 친구는 볼펜으로 쓴 글을 지울 수 있는 신기한 지우개를 선물로 줬다. 그는 물욕이 별로 없었으나 친구들이 주는 선물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는 항상 많은 친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웃으며 최고라고 말해주는 친구들. 어느 새 그런 상황이 그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그런 풍경도 그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바뀌게 되었다.




아버지가 제일 아끼던 부하직원이 있었다. 강낫또씨가 창수삼촌이라고 부르던 남자. 성은 모른다. 아버지는 창수라고 편하게 이름을 불렀고 어머니는 창수씨라고 했다. 창수삼촌은 어린 나이의 강낫또씨가 보기에도 듬직하고 믿음직하게 보였다.


키는 190센치미터에 가까웠고 어릴 적 유도를 해서 덩치가 컸다. 검정 뿔테 안경에 무스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 강낫또씨는 창수삼촌과 함께 걸을 때 친구들을 만나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친구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우리 삼촌이라고 얘기했고 친구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강낫또씨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