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강낫또씨는 출근하면서 마케팅넘버원의 최신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마케팅넘버원은 2019년 대한민국 부동산 전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강낫또씨는 영상을 보며 마케팅넘버원의 인사이트에 감탄했고 고급 정보를 알게 되어 뭔가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남이 모르는 정보를 혼자만 은밀하게 입수했다는 느낌이랄까.
마케팅넘버원은 영상 마지막에 컨설팅 강의에 많은 사람이 신청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 저녁 메일로 알려준 장소에서 만나자고 얘기하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역시 선착순 20명은 이미 선발되어 메일로 개별 통지가 된 것이다.
강낫또씨는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메일을 써서 보냈지만 뽑히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내일은 어차피 아내 송유정씨 생일이라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다음 날 저녁.
강낫또씨는 송유정씨 생일 기념으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외식 장소는 최근 오픈한 롯데월드몰에 있는 프랑스식 정통 레스토랑이다.
미슐랭 별을 가진 프랑스인 쉐프가 있는 레스토랑이라 오픈 때부터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대기자가 많아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했는데 강낫또씨는 아내 생일에 맞춰 예약해 뒀다. 유정씨도 오랜만의 외식에 들 떠 있는 것 같았다.
강낫또씨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빠르게 업무를 마무리하며 정리를 시작했다. 최근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30분 동안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메일을 체크했다.
그는 무심코 스팸 메일함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마케팅넘버원이 보낸 메일이 있었던 것이다. 메일 제목은 ‘무료 컨설팅 강의에 당신을 초대합니다’였다. 강낫또씨는 급하게 메일을 열어봤다.
제목: 무료 컨설팅 강의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보낸 사람: 마케팅넘버원
받는 사람: 강낫또
일자: 2018년 xx월 yy일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사연 잘 읽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무료 컨설팅 강의를 들을 수 있는 20명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유튜브를 통해 인생을 바꿀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곧 뵙겠습니다.
컨설팅 일정: 차 주 목요일, 저녁 8시 - 저녁 10시, 강남역 14번 출구 토즈스터디 3층, 대강의실
준비물: 스터디룸 2시간 이용료 1인당 8천 원
비고: 컨설팅 종료 후 참석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술자리가 있을 예정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와 소통할 소중한 기회이오니 놓치지 마세요.
강낫또씨는 이렇게 중요한 메일이 왜 스팸 메일함으로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정성껏 메일을 썼는데 안 뽑히는 게 이상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럼 그렇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강낫또씨는 어느새 아내와 저녁 약속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컨설팅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지 기대했다.
동영상으로만 보던 마케팅넘버원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연예인을 만나는 것 같은 설렘을 느꼈다. 강낫또씨는 짐을 챙겨 바로 강남역으로 가려다가 불현듯 아내와의 저녁 약속이 떠 올랐다.
사랑하는 아내 송유정씨와의 저녁 약속 vs. 마케팅넘버원의 무료 컨설팅 강의
초대장이 스팸 메일함에 들어갔기 때문에 확인이 너무 늦었다. 하루만 일찍 메일을 발견했어도 아내와 저녁 식사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레스토랑에 입고 갈 옷을 고르며 음식 맛이 어떨지 기대된다고 얘기했다. 친구들에게도 이미 그 레스토랑에 갈 거라고 얘기를 해 뒀는데 다들 부럽다며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케팅넘버원의 무료 컨설팅 강의는 일생에서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다.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알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컨설팅을 통해 마케팅넘버원처럼 한 달에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강낫또씨는 회사 앞 계단에 앉아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송유정씨에게 카톡을 보냈다.
강낫또: 여보. 정말 미안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 도저히 못 나갈 것 같아. 미안해.
송유정: 무슨 일 있어요?
강낫또: 자세한 건 집에가서 설명해 줄게.
송유정: 아… 중요한 일인가 보네요.
강낫또: 정말 미안해. 레스토랑은 내일이나 모레 가는 거로 하자. 내가 레스토랑에 전화해 볼게.
송유정: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러면 일 보고 와요.
강낫또: 미안해 유정아. 얼른 해결하고 집에 갈게.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
강낫또씨는 가방을 들고 일어나서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 강남역 14번 출구로 가 주세요.”
“지금 길이 꽤 막힐 텐데요.”
“얼마나 걸리겠어요?”
“보시다시피 퇴근길이라. 도착하면 8시 조금 넘겠네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