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몽쉘통통 한 개에 1만 원

소설

by 봉봉주세용

강낫또씨가 강남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15분.


컨설팅 강의 장소인 토즈까지 뛰어갔는데 도착했을 때는 저녁 8시 22분 이었다. 조심스럽게 스터디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케팅넘버원이 자신의 노트북을 빔 프로젝트에 연결해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강의실은 생각보다 좁았는데 마케팅넘버원을 제외하고 4명이 앉아 있었다. 강낫또씨는 늦어서 죄송하다고 얘기하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고 마케팅넘버원은 잠시 강연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는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강낫또씨는 종이컵에 오렌지 주스를 따르고 몽쉘통통을 하나 까서 먹었다.


강낫또씨가 몽쉘통통을 1개 다 먹었을 즈음 앉아 있던 4명 중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1명이 급한 일 때문에 먼저 가야겠다며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스터디룸을 빠져나갔다.


마케팅넘버원은 열정적으로 컨설팅 강의를 이어갔지만 앉아있던 남자 3명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강낫또씨는 최대한 집중해서 컨설팅 강의를 들었으나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유튜브를 시작하라는 것.
앞으로 블로그 시대는 저물고 유튜브 시대가 된다는 것.
유튜브 광고 정산 방식 설명.


마케팅넘버원의 무료 컨설팅 강의는 저녁 9시가 조금 넘어서 끝이 났다. 메일에는 저녁 10시에 강의가 마무리 되는 것으로 나와 있었는데 1시간이나 일찍 종료된 것이다.


마케팅넘버원은 노트북을 끄고 테이블에 놓인 다과를 정리해서 자기 가방에 다시 집어넣었다.


“자. 오늘 컨설팅 강의는 어땠어요?”


마케팅넘버원이 의기양양하게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번 더 물었으나 역시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케팅넘버원은 스터디룸 이용 비용과 다과 비용이라며 1인당 8천 원씩을 걷었다. 강낫또씨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마케팅넘버원에게 건넸고 마케팅넘버원은 잔돈이 없다며 나중에 2천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마케팅넘버원은 2차로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서 맥주를 한잔하자고 얘기했다. 강낫또씨는 오늘 아내 생일이라 참석하지 못한다고 얘기했고 나머지 남자 3명 중 2명도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다. 마지막 1명은 취준생인데 근처 고시원에 살고 있다며 2차에 가겠다고 했다.


마케팅넘버원과 취준생 1명을 남겨두고 강낫또씨와 나머지 남자 2명은 토즈 스터디룸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남자 2명 중 1명은 부산에서 배달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컨설팅을 듣기 위해 KTX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고 1명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다. 강낫또씨는 남자 2명에게 인사를 하고 가볍게 얘기를 나눴다.


“제가 오늘 좀 늦게 와서요. 초반에 강의를 못 들었는데 혹시 중요한 내용이 있었나요?”


강낫또씨가 물었다.


남자 2명은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별 내용 없었어요. 전 이거 들으려고 오늘 장사도 접고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막차 놓치기 전에 빨리 가야겠어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부산에서 온 남자는 급하게 인사를 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아유. 말도 마세요. 그냥 쓰레기 같은 강의였어요. 저는 엄청 기대하고 왔는데. 내용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시는 이런 무료 컨설팅 강의 안 오려고요. 선착순 20명이라고 했는데 5명밖에 안 왔잖아요.


마케팅넘버원이 동영상에서 신청자가 너무 많아 어렵게 20명을 뽑았다고 했는데. 속았다는 느낌이에요. 한 달에 유튜브로만 1000만 원씩 버는 사람이 조그만 스터디룸 이용료가 없어서 8천 원씩 달라고 하는 거 보니까. 한 달에 1000만 원씩 버는 것도 뻥인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기억 남는 건 아까 스터디룸에서 먹은 몽쉘통통 밖에 없네요. 저는 만 원짜리 냈는데 잔돈도 못 받았어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강낫또씨가 허탈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 송유정씨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아내 생일이라 일주일 전부터 예약해 둔 근사한 레스토랑도 포기하고 왔는데.


강낫또씨는 입가에 묻어있는 몽쉘통통 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 털어내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유튜브 앱을 실행시키고 마케팅넘버원 채널 구독을 취소했다. 왠지 마음이 가벼워졌다.


강낫또씨는 집에 들어갈 때 파리바게뜨에 들려서 아내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를 사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