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수요일 11:40.
강낫또씨는 회사 1층 로비에서 같이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장님. 오래 기다리셨어요?”
밝은 표정으로 뛰어오는 지수정 대리.
“아냐. 나도 방금 전 내려왔어. 진짜 오랜만에 보네.”
강낫또씨가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렇게 점심 같이 먹는 건 반년 만이죠? 저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당연하지. 뭐 먹으러 갈까?”
“음. 길 건너에 정통 일본식 아부라소바 가게가 생겼는데 거기로 갈까요? 지금 가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하긴 하는데 금방 빠지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럼 거기로 가자. 아부라소바는 예전에 도쿄에서 한번 먹어 봤는데 맛있었어. 이제 한국에도 들어오는구나.”
“요즘 괜찮은 아부라소바 집이 꽤 생겼어요. 조금 더 지체하면 오래 기다려야 하니까 얼른 갈까요?”
강낫또씨는 지수정 대리와 뛰다시피 하며 아부라소바 식당 앞으로 갔다.
식당 이름은 미하루.
좁은 식당 입구 앞에는 이미 12-13명 정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20분 정도 지수정 대리와 근황 토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식당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자동자판기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3분 정도 기다리니 아부라소바가 나왔다. 보통 사이즈로 주문했는데도 양이 상당했다. 강낫또씨는 일본에서 먹었던 아부라소바와 비교해도 결코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야. 이거 정말 맛있다.”
강낫또씨가 따뜻한 아부라소바 면을 입안에 넣고 음미하며 말했다.
“진짜 맛있죠 과장님? 저는 이번이 2번째예요. 지난번 오픈날 한번 와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응. 나도 자주 오게 될 거 같아. 면으로 된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맛있어서 자주 먹어도 되겠어.”
“근데 갑자기 점심 콜을? 저야 오랜만에 과장님이랑 점심 먹어서 좋지만.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상담받고 싶은 게 좀 있어서. 아직 사람들한테는 얘기 안 했는데 나 사실 유튜브에 영상 올리고 있거든. 앞으로는 이게 돈이 된다고 해서.”
“우와. 과장님. 대박! 안 본 사이에 크리에이터가 되셨군요. 멋져요.”
“뭐 그 정도는 아니야.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그냥 간단한 동영상 만들어서 올리는 정도니까. 아직 구독자나 조회수도 미미하고. 내가 이걸 좀 제대로 해 보고 싶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한 달 전에는 무료 컨설팅 강의도 다녀왔는데 별 도움이 안 되더라고. 생각해 보니 최고 전문가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걸 잊고 있었어.”
강낫또씨는 콜라를 따서 컵 2개에 반반씩 따랐다. 콜라가 담긴 컵 하나를 지수정 대리 앞으로 놓으며 강낫또씨는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아이구 과장님. 전문가라니요. 저야 말로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뭐 채널을 운영해 본 것도 아니구요. 다만 업무 상 인기 유튜버를 많이 만나본 것 밖에 없어요.”
지수정 대리는 현재 강낫또씨가 다니는 회사의 온라인 마케터다. 2년 전 경력직으로 이직을 해서 입사했는데 전에 다니던 회사는 구글 재팬이었다.
당시 구글 재팬은 야후 재팬을 이기기 위해 공격적으로 회사 경영을 했는데 지수정 대리는 그 선봉에 있었다. 일본 내 유튜브 채널 붐업과 애드워즈 수익 개선이 핵심이었는데 지수정 대리는 일본 인기 유튜버를 다양하게 만나면서 콘텐츠 기획과 노출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서포트하는 역할을 했다.
지수정 대리가 서포트했던 유튜브 채널은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고 지속적으로 광고 수익이 발생했다. 일본 내 유튜브 역시 관심도가 높아지며 구글 재팬은 나름의 성장과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수정 대리는 어린 나이였지만 감각이 있었다.
“이게 내가 올린 동영상이야.”
강낫또씨는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실행시키고 자신이 업로드한 영화 소개 영상을 보여줬다.
지수정 대리는 강낫또씨가 보여주는 영상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고 3-4개의 영상을 짧게 보다가 핸드폰을 강낫또씨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은 아부라소바를 먹기 시작했다.
“어때?”
강낫또씨가 아무 말 없이 아부라소바를 먹는 지수정 대리를 보며 초조하게 물었다. 그녀는 남은 아부라소바를 한꺼번에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별론 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