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양평 블룸비스타 호텔 에메랄드 회의장 입구.
강낫또씨는 지하 1층 회의장 앞에 펼쳐진 좌석 배치표에서 자신이 앉을 자리를 확인하고 테이블에 놓인 이름표를 찾아 오른쪽 가슴에 달았다.
그는 테이블에 정성스럽게 세팅된 다과 중 큼지막한 거봉 몇 알과 초코쿠키, 당근 케이크를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블렌딩 커피를 내려 잔을 들고 회의장 안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회의장은 7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중간 크기였는데 5명씩 조별로 앉을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강낫또씨는 맨 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 조였다. 스크린이 잘 보이는 자리였는데 이미 2명이 앉아 다과를 먹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낫또입니다.”
강낫또씨가 자리에 앉으며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안띠푸라민입니다.”
70대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잘 다듬어진 흰 콧수염과 검은 뿔테 안경, 안경 뒤의 커다란 눈은 따스하게 웃고 있었으나 눈빛이 강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록시녹C 채널 운영하고 있는 록시녹C입니다. 이번에 처음 워크숍 참석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20대로 보이는 단발머리 여자는 깔끔한 노란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였는데 얼굴이 웃는 상이라 보는 기분 좋은 매력이 느껴졌다.
강낫또씨가 참석한 워크숍 이름은 [제5회 대한민국 유튜브 크리에이터 워크숍].
지수정 대리 소개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합회’ 카페에 가입한 강낫또씨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활동해서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합회는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소수 정예 모임으로 운영장의 초대 메일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운영장은 우리나라 1세대 유튜버의 대표 격인 핑크히포이다. 핑크히포는 먹방계의 카리스마로 불렸는데 한창 잘 나갈 때는 신라면 10개를 한 번에 끓여서 먹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다. 그 동영상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데 조회 수가 무려 500만 회가 넘었다.
지수정 대리는 개인적으로 핑크히포와 친분이 있어 강낫또씨가 워크숍에 참석할 수 있도록 힘을 써 줬다. 워크숍은 하루 일정이었는데 참가비가 55만 원이었다. 강낫또씨에게는 큰돈이었지만 모든 것을 건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워크숍 참석 인원은 총 50명이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회의실은 꽉 차 있었고 빈 좌석은 없었다. 회의실 뒤에는 샤오미 셀카봉 삼각대 3대가 설치되어 핸드폰으로 워크숍 실황이 촬영되고 있었다.
오전 9시 정각이 되자 회의실 조명이 어두워지며 커다란 빔 스크린에 핑크히포의 먹방 영상이 나왔다. 핑크히포의 레전드 방송 중 하나인 지름 2미터짜리 콤비네이션 피자를 먹는 영상.
원래는 20분 분량 영상인데 신나는 음악과 함께 3분 분량으로 재편집 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영상에 몰입하며 빠져들었다. 강낫또씨 역시,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
영상이 끝났을 때 불이 켜지며 핑크히포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핑크히포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먼 곳까지 걸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유튜브 크리에이터 워크숍이 벌써 5회를 맞았네요. 1회 때는 저를 포함해서 4명이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규모가 커졌습니다.
앞으로는 진짜 유튜브 시대가 열립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회의 장이 열릴 거에요. 이 자리에 참석하신 유튜브 크리에이터께서는 이미 유튜브를 하고 있으므로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모두 대박 유튜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오늘 하루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시고 질문을 많이 해 주세요. 그래야 하나라도 더 건져갈 수 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면 허무하잖아요. 아셨죠?”
핑크히포의 인사말에 모두 환호하며 열정적으로 손뼉을 쳤다. 강낫또씨는 핑크히포의 말솜씨에 감탄했다. 많이 먹는 것 못지않게 말솜씨도 빼어난 핑크히포. 강낫또씨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워크숍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 3명의 인기 유튜버가 나와서 어떤 전략으로 자신의 채널을 키웠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강낫또씨는 유튜브에서만 봐오던 인기 유튜버를 실제로 보게 되어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