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남편이 유튜브에 매달리는 이유

소설

by 봉봉주세용

“외모는 중후하고 멋있지. 근데 말도 많고 얘기를 재미있게 하셔. 그분이 얘기하고 있는 걸 듣다 보면 빠져든다니까.”


“그렇구나.”


유정씨는 끓고 있는 김치찌개를 맛보고 불을 껐다.


그리고 파란 국그릇에 김치찌개를 가득 떠서 강낫또씨에게 건네줬다. 강낫또씨는 숟가락을 들어 김치찌개를 맛보고 따끈한 흰밥에 국물을 몇 숟가락 넣어 살짝 비벼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주말 아침에는 김치찌개지. 어제 술을 마셔서 그런지 오늘따라 김치찌개가 입에 착착 감기네.”


강낫또씨가 김치찌개 안에 있는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말했다.


“맛있죠? 오늘 끓인 김치찌개에 들어간 김치가 맛있는 거라서 그래요. 옆집 언니가 어제 김치 좀 나눠줬거든요.”


“그래? 너무 맛있는데. 얼른 먹고 한 그릇 더 먹어야지. 아. 어제 같은 조 사람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보여줄까?”




강낫또씨는 안띠푸라민, 록시녹C, 송파인어, 레드보틀 채널을 하나씩 유정씨에게 보여줬다. 유정씨는 안띠푸라민이 올린 운동 영상을 보며 징그럽다고 했다.


“여보 이건 좀 아니다. 여자들은 이렇게 근육이 크면 안 좋아해요.”


유정씨가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그래? 멋있지 않아? 나는 너무 부러운데?”


“70대 나이에 이렇게 몸을 만든다는 건 대단하긴 한데. 근육이 너무 크잖아요. 이런 건 징그럽지. 옷을 입고 운동 방법을 알려주면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숏팬츠만 입고 있으니까 거부감이 들어요.”


유정씨 말에 강낫또씨는 다시 영상을 봤다. 강낫또씨가 볼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확실히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건 어때? 록시녹C가 운영하는 채널인데 브이로그 위주야.”


강낫또씨는 조원들이 운영하는 채널을 차례로 유정씨에게 보여줬다. 유정씨는 동영상을 보며 재미있다고 했다. 다들 명확한 주제와 콘텐츠를 갖고 있어 한 번씩 보기에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오랜만에 내가 올린 동영상 같이 볼까?”


“아. 잘 먹었다. 당신도 맛있게 먹었죠? 아침부터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는 거에 집중했더니 피곤하네요. 나는 들어가서 좀 더 자야겠어요. 치우는 거랑 설거지는 당신한테 맡길게요.”


“당연하지. 뒷정리는 내가 할게. 내 거 동영상 틀어둘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난 들어갈게요.”


유정씨는 은근슬쩍 말을 돌리며 강낫또씨가 만든 동영상 보는 것을 피했다. 강낫또씨는 영화소개 동영상을 만들면 제일 먼저 유정씨에게 보여줬다.


유정씨도 처음에는 신기해하며 관심을 갖고 동영상을 봤다.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고 용기를 줬지만, 최근에는 강낫또씨가 만든 동영상에 대해 코멘트를 거의 하지 않았다.


송유정씨는 강낫또씨가 취미로 유튜브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주말 내내 동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 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유튜브 조회 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남편의 모습.


조회 수가 팍팍 늘면 괜찮을 텐데 거의 변동이 없는 조회 수를 체크하고 분석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유튜브에 너무 빠져있어 걱정되었다.




한번은 강낫또씨가 회식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온 적이 있었다. 강낫또씨는 살짝 취해 있었는데 소파에 누워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때려치우고 싶다고 유정씨에게 얘기했다. 유정씨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는데 강낫또씨는 그냥 모든 게 힘들다고 아주 작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송유정씨의 무릎에 누워 조그맣게 속삭였다.


유정아 나 회사 때려치우고 전업 유튜버나 할까?


송유정씨는 강낫또씨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으로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었는데 손에 물기가 느껴졌다. 유정씨는 가만히 남편의 눈에 고여 있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연애할 때부터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남편의 눈물.


아내에게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는 남편. 유정씨는 남편이 얼마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남편이 유튜브에 매달리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송유정씨는 강낫또씨가 올린 동영상에 관심이 없는 척했지만 사실 강낫또씨가 클릭하는 조회수를 빼면 대부분이 송유정씨가 클릭을 한 숫자이다. 송유정씨의 유튜브 닉네임은 ‘유랑이’.


강낫또씨 채널의 첫 번째 구독자이자 첫 댓글의 주인공이다.


강낫또씨가 그렇게 궁금해 했던 첫 번째 구독자이자 첫 댓글의 주인공은 바로 아내인 송유정씨였다.


강낫또씨가 올린 라라랜드 소개 동영상에 달려있던 첫 번째 댓글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 유랑이


물론 강낫또씨는 아직도 유랑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