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인기 유튜버 친구와 술자리

소설

by 봉봉주세용

금요일 저녁 8시.


2년 만에 찾은 삼겹살 가게였는데 예전과 다름없이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가게는 안은 시끌벅적했고 가게 입구 옆 조그만 공간에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손님이 20명 정도 앉아 있었다.


보통 이 시간대에 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근처에 사는 동민씨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아둔 덕분에 강낫또씨는 바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동민씨는 강낫또씨를 기다리며 클라우드 맥주 한 병을 다 마신 상태였는데 강낫또씨가 식당에 도착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낫또씨를 자리로 데리고 왔다.


“야. 이게 몇백 년 만이냐?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동민씨가 강낫또씨 손을 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한 500년 만인가. 얼마 안 됐잖아?”


강낫또씨가 자리에 앉으며 농담을 했다.


“그치. 500년이면 얼마 안 되기는 했다. 암튼 바쁠 텐데 이렇게 마포까지 친히 와 줘서 고맙다 이 녀석아. 오늘은 내가 살 테니까 많이 먹어라.”


“오우케이. 그럼 일단 흑돼지부터 시작해 볼까? 여기요! 흑돼지 한판이랑 참이슬 한 병, 카스 한 병 주세요.”


강낫또씨는 시끌벅적한 가게에서 종업원이 들릴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주문했다.


“소맥 마시게? 너 원래 술 섞어서 안 마시잖아? 웬일이래.”


동민씨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소맥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넌 맥주로 계속 마실 거야? 소맥 한잔해!”


강낫또씨가 신나서 말했다.


“그래그래. 그럼 오랜만에 소맥으로 마셔보지 뭐.”


맥주를 마시던 동민씨도 소맥을 마시기로 했다.




최동민. 강낫또씨의 대학교 동창이다. 강낫또씨는 경제학과였고 최동민씨는 통계학과였는데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만나 친해졌다.


사물놀이 동아리는 강낫또씨가 다니던 대학에서 군기가 세기로 유명했는데 둘은 신입생 때부터 함께 고생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은행에 다니던 동민씨는 이른 나이에 퇴사하고 자영업을 하다가 파산했지만, 유튜브 방송을 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강낫또씨를 유튜브 세계에 끌어들인 장본인이기도 한 동민씨는 강낫또씨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파산해서 이혼당하고 하루하루 지옥 같은 생활이 이어졌을 때 동민씨를 챙겨주고 위로해 줬던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때 동민씨는 술을 많이 마셨는데 강낫또씨는 6개월 동안 그런 동민씨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동민씨의 푸념을 들어줬다. 그 시절 강낫또씨는 최동민씨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친구로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고 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


술에 취해 매일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동민씨에게 어느 날 강낫또씨는 영상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찍은 영상이 유튜브 구독자 8만명 최동민을 만들었다.


술에 취해 울면서 자신의 파산 경험과 현재 심경을 얘기한 레전드 동영상.


최동민씨는 그 영상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동민씨가 울면서 자신의 심경을 얘기하는 동영상을 찍을 때 강낫또씨는 앞에 앉아 웃음을 참고 있었다.


친구의 얘기가 너무 슬펐지만 울면서 그런 동영상을 찍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는 건 쉽지 않았다.


영상 촬영 후 동민씨에게 이 날을 잊지 말자며 유튜브에 동영상 올리기를 제안했던 강낫또씨. 동민씨는 술김에 영상을 올렸고 그 후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리고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동민씨 운명이 바뀌었다.


동영상을 올리고 며칠 동안 강낫또씨는 장난으로 올린 영상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 늦게 걸려온 동민씨 전화를 받고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민씨는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용기를 내어 영상을 몇 편 더 찍어서 올렸고 그렇게 해서 유튜버가 된 것이다.


“너 요즘은 동영상 자주 안 올리더라?”


강낫또씨가 물었다.


“요즘은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서. 동영상 올릴 시간이 없네.”


“그래? 뭐 하는데?”


“나 요즘 강연 나가잖아. 기업에서 퇴직자 대상으로 3개월 정도 교육해 주잖아? 거기 프로그램에 특강 형식으로 강연 나가고 있어. 내 거 동영상 보고 강연 요청해 오는 기업이 꽤 있더라고.”


“그렇구나. 최동민이 강의를 한다니. 대단한데? 보통 한번 하면 얼마나 받냐?”


“회사마다 다르기는 한데 평균적으로 50만 원 정도 받지. 더 달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내가 뭐 그렇게 말을 잘한다거나 유명한 사람은 아니니까.


나도 힘든 시기를 겪었고. 내 강연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용기를 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지.”


“오. 대단하구나! 최동민. 아주 그냥. 잘 컸어?”


“내가 원래 키는 컸다 아이가!”


동민씨는 웃으며 소맥을 원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