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랜만에 먹는 흑돼지는 맛있었다. 뚱사돈은 제주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삼겹살 가게인데 마포에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고기 맛도 일품이었지만 서빙하는 직원들도 하나같이 힘이 넘쳐서 술 마시는 맛이 있었다. 강낫또씨와 최동민씨는 어느새 흑돼지 3판째를 먹고 있었다.
“아. 너도 유튜브 하잖아. 잘 되고 있냐?”
동민씨가 깻잎에 고기를 싸서 먹으며 말했다.
“잘 되겠냐. 내가 얘기 안 했구나? 하도 답답해서 얼마 전에 ‘대한민국 유튜브 크리에이터 워크숍’에 다녀왔잖아.”
“그래? 그거 핑크히포가 하는 워크숍 아니냐? 거기 참여하려고 하면 조건이 꽤 까다롭던데.”
“그치. 모임 자체가 비공개니까. 예전에 구글재팬에서 일했던 후배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핑크히포랑 친분이 있어서 꽂아줬어. 거기 가서 많이 배웠다.”
“그래?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가서 자극 좀 받고 왔어?”
“무지하게 받았지. 유튜브 하는 사람 중 대단한 사람도 많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이에 상관없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있더라고.
내가 영화 소개해 주는 동영상 올리고 있잖아? 이제 그건 그만해야겠어. 제대로 하려고 하면 내 얼굴을 내놓고 방송해야겠더라고.”
강낫또씨는 동민씨에게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줬다. 동민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낫또씨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야. 너 채널 이름을 강낫또tv라고 정하는 건 어때? 너 아이디가 강낫또니까 거기에 tv를 붙이는 거지.”
강낫또tv?
“어. 강낫또tv. 채널 이름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냥 강낫또가 낫지 않아? 내 아이디가 강낫또인데 강낫또tv라고 하면 검색할 때 헷갈릴 거 아냐?”
“아니야. 강낫또라고 하면 너무 밋밋하고 거기에 tv를 붙이면 뭔가 세련되게 보이잖아? 요즘 트렌드가 채널 이름에 tv 붙이는 거니까. 어때?”
“강낫또tv. 강낫또tv. 음. 나쁘지 않은데? 그럼 채널 이름을 강낫또tv로 바꿔야겠다. 어차피 이제 영화 소개하는 영상은 안 올릴거고. 다른 콘텐츠로 시작할 거니까.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도 있고. 좋았어! 앞으로는 강낫또tv다!”
“좋아. 강낫또tv가 대박 터뜨리기를 기원하며. 건배!”
동민씨는 맥주잔이 아닌 소주잔에 소주와 맥주 비율을 1:1로 혼합해서 만든 잔을 강낫또씨에게 건네주며 건배를 외쳤다.
강낫또씨와 동민씨는 시원하게 원샷을 했다.
근데 너희 회사 곧 명예퇴직 신청받는다던데. 알고 있었어?
동민씨가 소주잔에 소맥을 만들며 물었다.
“엥.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데.”
강낫또씨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도 지난 주 아는 형님한테 들었어. 내가 유튜브하고 나서 다양한 사람들이랑 교류하게 됐거든. 내 영상을 좋아해서 댓글 자주 달아주는 형님이 있는데 얼마 전에 만나서 저녁 식사 했는데 그때 들었어. 지금 너희 회사 상황이 아주 어렵다고 하던데. 맞아?”
“어. 나도 어렵다는 건 알지. 근데 명예퇴직을 받을 정도로 어렵지는 않은 것 같은데. 확실한 거야?”
강낫또씨는 동민씨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회사에 11년 동안 다닌 내부자도 모르는 얘기를 친구에게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응. 명예퇴직 조건도 다 세팅되었다고 하더라. 입사 5년 차 이상이면 모두 신청할 수 있고 15개월 치 급여 준대. 너 5년 차 이상부터 명예퇴직 받는 회사 봤어?
보통 회사는 15년 차 이상부터 시작하잖아? 그만큼 회사가 어렵다는 거지. 침몰하는 배에 남아 있을 것이냐, 아니면 빠져나올 것이냐. 그 형님 말로는 지금이 빠져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하던데? 진짜 명예퇴직한다고 하면 너 어떡할 거야?”
나?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강낫또씨는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다. 회사가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아직 월급이 밀린 적은 없었다.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회사라는 것이 잘 나갈 때가 있으면 못 나갈 때도 있는 것이니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갑자기 회사가 없어진다면?
강낫또씨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