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파워블로거 크리스탈 최

소설

by 봉봉주세용

송파인어를 따라간 정육식당에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송파인어가 식당으로 들어가자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줬다.


“어서와요. 오늘도 물에 들어갔다 왔나 보네?”


“네. 강습 마치고 저녁 먹으러 왔어요. 사장님 여기 삼겹살 4인분이랑 목살 2인분 주세요.”


송파인어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단골이신가 봐요? 겉으로 볼 때는 조그만 식당인 줄 알았는데 들어와 보니 매우 넓네요.”


강낫또씨가 말했다.


저 예전에 수영할 때 부터 여기 단골이에요. 거의 7-8년 단골일걸요? 여기 나름 동네 맛집이에요. 한번 맛보면 나중에 한 번씩 여기 삼겹살이 생각날 거에요.”


송파인어 말대로 고기 질이 다른 식당과는 확실히 달랐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먹으며 강낫또씨와 최수향씨는 자신도 모르게 고기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저희 소주 한병 깔까요?”


강낫또씨가 삼겹살을 소금장에 찍으며 말했다.


“좋죠. 원래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술을 마셔줘야 해요. 수향씨도 소주 괜찮아요?”


송파인어가 물었다.


“네. 저도 좋아요. 삼겹살에는 역시 시원한 소주죠.”


최수향씨도 소주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근데 수향씨는 원래 운동 신경이 좋은가 봐요. 같이 교육받는데 너무 잘 하셔서 놀랐어요.”


강낫또씨가 송파인어와 최수향씨에게 소주를 따르며 얘기했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건 아닌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운동능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최수향씨가 상추쌈을 싸며 말했다.


“그렇군요. 근데 이번에 프리다이빙은 어떻게 하다가 시작하신 거예요?”


강낫또씨가 물었다.


“아. 최수향씨는 제가 제안해서 이번에 프리다이빙 교육 받으신 거예요. 온라인에서 유명한 블로거이신데 버킷리스트 포스팅한 글 보고, 제가 먼저 연락 드렸어요. 버킷리스트에 프리다이빙이 있었거든요.


송파인어가 말했다.


“안 그래도 버킷리스트에 올려둔 ‘프리다이빙 배우기’를 시작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강사님께 연락이 와서 타이밍이 잘 맞았죠. 먼저 연락 주셔서 고마워요. 교육 후기 잘 정리해서 포스팅 할게요. 고프로로 찍은 영상이랑 사진 저한테도 좀 보내주세요. 후기에 강사님 SNS 주소 링크로 걸어둬도 괜찮을까요?”


최수향씨가 말했다.


“링크 걸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제가 내일까지 영상이랑 사진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송파인어가 불판에 김치를 올리며 말했다.


“그랬군요. 송파인어님이 먼저 교육 제안하실 정도면 꽤 유명한 블로거 이신가 봐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아요. 자주 방문해주시는 이웃들이 좀 있어서 꾸준히 방문객 수가 나오는 거예요.”


최수향씨가 삼겹살을 먹으며 말했다.


“하루에 몇 명이나 방문하는데요?”


강낫또씨가 물었다.


“일 평균 3000-500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헉. 그렇게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구요? 저는 지금 유튜브 채널 운영한 지 반년 가까이 됐는데 총 조회수가 400회가 안 되거든요. 엄청나네요.”


강낫또씨가 놀라서 얘기했다.


최수향씨는 블로그도 운영하시는데 사실 에세이 작가로 더 유명하시죠. [나는 내 뜻대로 산다]라는 책 아시죠? 작년에 나온 책인데 아직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어요. 저는 그 책 보고 감동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최수향씨 블로그 알게 됐거든요.”


송파인어가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유명한 분이었다니. 제가 셀럽이랑 같이 교육을 받은 거에요? 왠지 뿌듯한데요.”


강낫또씨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함께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았지만 자신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 했기 때문에 최수향씨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최수향씨의 영어 이름은 크리스탈 최. 온라인에서는 최수향이라는 이름 대신 크리스탈 최로 불린다. 그녀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최수향씨는 어린 나이임에도 확신을 가지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녀는 유학 첫 해부터 공부에 두각을 나타냈고 어려움 없이 중,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바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취직하여 컨설턴트로 5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그녀의 컨설팅을 거친 회사는 40여곳 정도 되었는데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세계적인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바쁘고 잘 나가던 그때.


회의 자료를 준비하느라 밤샘을 하고
고객과 최종 미팅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그녀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녀가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고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전 세계에서 300만명 중 1명 꼴로
걸린다는 희귀 혈액병.


워낙 병에 걸린 사람 숫자가 적어 원인이나 치료법도 밝혀지지 않은 병.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잠이 들어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되는 병.


그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온 죄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최수향씨는 병을 준 하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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