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미국의 국민배우라 불리는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나오는 영화.
가난한 정비공으로 한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카터(모건 프리먼), 괴팍한 성격의 백만장자 잭(잭 니콜슨).
둘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나란히 같은 병실에 누워있다가 친해진다. 어느 날 잭은 카터가 작성하고 있던 버킷리스트를 발견하고 그걸 하나씩 실행해 보자고 제안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의 마지막에 떠나는 모험.
죽기 전에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실행해 보는 것.
누구나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최수향씨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실행하지 못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병실에서 작성했다.
세상을 떠나게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자신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할 수 있는 것까지 해 보기로 했다.
그녀는 미국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작한 그녀의 버킷리스트.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해서 자신이 살아온 과정,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과 심경,
그녀의 버킷리스트, 실행계획을 포스팅했다.
제목 앞에는 D-Day를 표시해뒀는데 첫 포스팅에는 D-90이라고 설정해 뒀다. 포스팅이 늘어날수록 디데이 숫자는 줄어들었다. D-89, D-88,… D-73. 그녀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버킷리스트 실행과정을 상세하게 포스팅했다.
<Crystal Choe Bucket list>
1.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안아 드리기
2.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기
3. 브라질 카니발 가서 밤새도록 춤추기
4. 이집트 피리미드 앞에서 인증샷 찍기
5. 영화관에서 하루에 영화 3편 보기
6. 내 이름으로 된 책 출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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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주 올레길 완주하기
49. 프리다이빙 자격증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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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메시지 전하기
그녀는 서울 집에서 아침마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인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안아 드리기’는 그녀가 살면서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아침을 먹다가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부모님께 다가가 힘껏 껴안았다. 부모님은 밥 먹다가 왜 그러냐며 의아해했지만 싫지 않은 눈치였다.
최수향씨는 이렇게 간단한 것을 지금까지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죽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왔다. 부모님은 그런 그녀를 포근하게 안아줬다.
“우리 딸. 사랑해.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버지가 얘기했다.
“수향아. 엄마는 너를 키우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네가 우리 딸인 게 자랑스러워. 고마워.”
어머니가 얘기했다.
최수향씨는 그런 부모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블로그에 포스팅했는데 일주일 동안 포탈 메인에 노출되었다.
단 일주일 사이에 많은 이들이 최수향씨의 블로그에 방문해 댓글을 남겼다. 최수향씨는 핸드폰으로 댓글을 일일이 읽으며 힘을 냈다. 그리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해 나갔다.
당장 오늘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지만 최수향씨는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순간을 즐기려고 했다.
그렇게 버킷리스트에 있는 100개의 리스트 중 30개가 실현되었을 때 포스팅 제목에는 D+729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최수향씨에게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 것이라고 했던 병원에서는 최종적으로 희귀병 완치 판정을 내렸다.
담당 의사는 기적이라는 표현 외에는 완치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축하해 줬다.
최수향씨는 그 사이에 에세이 책을 3권이나 출간했고 그 중 [나는 내 뜻대로 산다]가 80만 부 판매되며 인기작가로, 파워블로거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나은 거예요?”
강낫또씨는 최수향씨의 스토리를 듣고 뭉클함을 느끼며 물었다.
“네. 지금은 괜찮아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최수향씨가 웃으며 말했다.
“최수향씨 블로그 보다가 저 펑펑 울었잖아요. 저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유학 가서 초반에 영어 공부한다고 점심시간마다 화장실 가서 문 잠그고 단어장 외웠다는 장면이 왜 그렇게 짠하던지.”
송파인어가 말했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시한부 선고받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병에 걸렸을 때 처음에는 내가 왜 그런 병에 걸렸나 원망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하늘이 준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으니까 저한테 다시 한번 세상을 잘살아 보라는 기회를 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최수향씨의 말에 강낫또씨는 예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강낫또씨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