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편
맨디는 내 첫 수강생이었는데 사이프러스가 고향이라고 했다. 사이프러스는 지중해 먼 동쪽에 있는 섬으로 터키 아래쪽, 시리아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사이프러스라는 나라는 그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 국가라고 했다. 우리는 운동을 마치면 공원에 있는 카페에 가서 음료를 한잔씩 마셨다.
그녀는 보통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를 마셨고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음료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분단국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우리를 더 친하게 묶어줬다.
그녀는 예전에 운동을 꽤 좋아했는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운동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운동 목표는 리젠트 파크를 한 바퀴 달릴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유투브로 크로스핏 운동 방법을 찾아보고 그날그날 그녀의 컨디션에 따라 운동 조합과 강도를 달리해서 운동을 했다. 일주일에 두번씩 했는데 처음에는 운동 강도를 약하게 하고 휴식 시간을 좀 길게 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나고 나서 부터는 그녀의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루하루 어떤 것을 먹는지 수첩에 꼼꼼이 기록하게 했다. 그녀는 빠짐없이 기록했고 운동 시작 전 함께 리뷰를 해 보며 어떻게 식단을 짜야 할지 방향을 잡았다. 운동을 하는 날 빠진 적이 없었고 늦은 적도 없는 모범생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8개월 정도
운동을 하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이미 운동 시작 전 목표로 했던 몸무게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었고 그녀가 처음에 목표라고 얘기했던 리젠트 파크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달리기를 시작했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뒤에서 따라갔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달렸다.
공원 입구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보팅호를 지나 런던 동물원을 지났다. 중간 지점을 넘었는데도 속도는 줄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1킬로 정도 남았을 때는 그녀가 숨이 거칠어 지고 힘들어 하는게 보였다.
그래서 내가 핸드폰으로 영화 “록키1” OST인 ‘Gonna fly now’ 를 크게 틀고 따라갔다.
빰바밤바 빰바바밤
빰바밤바 빰바바밤
록키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달리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록키가 강변을 따라 뛰기 시작하고 가속도가 붙어 전속력으로 달린다.
그리고 수 많은 계단이 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단숨에 뛰어 올라 정상에서 두 손을 번쩍 든다.
맨디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음악을 틀어줬는데 그게 너무 챙피했었나 보다.
강한 영국 엑센트로 “스톱 잇!” 을 반복해서 외쳤다.
‘Gonna Fly now’에 이어 영화 “록키1”의 또다른 OST 인 ‘eye of the Tiger’ 도 틀어줬는데 그때부터는 둘 다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녀는 걷지 않았고 결국 리젠트 파크를 한바퀴 달리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성공적인 리젠트 파크 달리기를 기념하며 블랙퍼스트 티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최근 우리나라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분단 상황이라는 사이프러스는 어떤 상황일까. 글을 쓰고 있다는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달리기를 계속 하고 있을까.
가끔 영화 “록키1” 주제곡이 흘러나오면 리젠트 파크에서의 달리기가 생각난다.
* 이 글을 쓰다가 그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고 했는데 그녀는 성공적인 작가가 되어 있었다.
소설책을 20권 이상 출간했고 BBC 드라마 작가로도 참여하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