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편
추석 연휴라 제주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 성민이에게 연락이 왔다. 다음 날 아침에 바다에 가자고 했다. 늦은 가을이라 바닷물이 차가울 텐데 무슨 소리냐고 했다. 친구는 슈트를 입으면 전혀 춥지 않으니 괜찮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집 앞에 있는 자구리 바다에 갔다.
어릴 적에는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았지만 커서는 해수욕장 말고 그냥 바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친구가 챙겨온 고무로 된 슈트를 입고 긴 오리발을(롱핀) 차고 바다에 들어갔다. 나는 수면에서 스노클을 하며 바다 속을 구경했고 친구는 스노클을 하다가 한번씩 물 속으로 잠수를 했다.
상당히 깊이 내려간 것 같은데 친구에게 물어보니 5미터 정도 내려간 것이라고 했다.
나도 똑같이 해 보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슈트의 부력 때문에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친구가 차고 있던 웨이트를 차고 들어가 보려고도 했는데 역시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바다에서 놀다가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친구와 근처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물에 한시간 정도 있었는데 온 몸이 쑤시고 피곤했다. 뒤이어 나른함이 몰려왔는데 바다속에 있었던 시간이 꿈 같이 느껴졌다. 스노클링을 하며 봤던 돌돔, 전복, 소라, 성게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게 처음 프리다이빙을 접하게 되었다.
친구가 프리다이빙을 처음 시작했을 때 프리다이빙에 대해 신나게 설명해 줬었다. 처음 프리다이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다이빙타워나 스프링보드에서 점프하여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다이빙을 생각했다.
프리다이빙은 수중에서 무호흡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수면무호흡, 수평잠영, 수직다이빙 등의 형태가 있는데 스킨스쿠버와 달리 공기통을 이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잠수를 한다. 그래서 무산소 다이빙 혹은 스킨 다이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욕탕에서 물에 들어가 숨 참기를 하는 것이나 잠영을 하는 것도 프리다이빙의 범주에 들어간다.
즉, 프리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친구와 제주 바다에 다녀온 후 그 느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바다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계속 생각났다. 제대로 프리다이빙을 배운 후 물에서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울에 있는 아피아센터에서 프리다이빙 베이직 코스를 시작했다. 아피아는 우리나라 프리다이빙 1세대인 노명호대표님이 운영하는 센터인데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말에 교육을 시작했는데 첫날 오전에는 베테랑 김경민강사님께 이론을 배웠고 오후에는 5미터 수영장에 가서 부이를 띄워 놓고 줄잡고 물에 들어가는 연습을 했다. 머리 먼저 내려가는 헤드퍼스트로 내려갔는데 이퀄라이징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줄을 잡지 않고 덕다이빙으로 바로 입수하는 연습을 했다.
덕다이빙은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덕다이빙을 하는 방법은 최종 호흡을 하고 수면과 몸이 평행이 되도록 쭉 편 상태에서 허리를 굽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오리(Duck)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하여 덕다이빙이라고 하는데 쉬운 것 같이 보이면서도 익히는데 시간이 걸린다. 수영장에서 덕다이빙 반복해서 연습했지만 나중에 바다에 갔을 때 덕다이빙을 다시 연습해야 했다.
* 덕다이빙 동영상
수영장에서는 물속에서 숨 참기 테스트도 했다. 물속에서 숨 참는 것을 스태틱(Static)이라고 하는데 내 기록은 3분30초가 나왔다. 평소에 숨참기를 하면 1분 넘기도 힘든데 물속에서 3분을 넘게 숨을 참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렇게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몸의 신비 때문이었다.
프리다이빙 용어 중 포유류 잠수반응(MDR,Mammalian Dive Response)이라는 것이 있는데 포유류가 물에 들어가면 다이빙 환경에 적응을 한다는 것이다. 포유류인 고래가 물에서 30분 이상 잠수할 수 있다고 하는데 포유류 잠수반응이 극대화되어 가능한 것이다. 사람 역시 물에 들어가면 포유류 잠수반응이 일어난다.
물에 숨을 참고 들어가면
우리 몸은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을 하고
심박수를 저하시켜 산소 소모를 줄인다
말초혈관이 수축되면서 손이나 발로 가는 혈액을 감소시킨다
대신 중요 장기인 폐,심장,뇌로 혈액을 집중적으로 보낸다
비장에서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더욱 많이 방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물속에서 더욱 오래 숨을 참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사람 몸은 복잡하고 신비로운 것 같다. 포유류 잠수반응 덕분에 인간은 물에서 숨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는데 세계적인 프리다이빙 선수들은 물에서 5분이상 숨을 참을 수 있다고 하고 세계신기록은 11분35초이다.(2018년 기준,Stéphane MIFSUD,프랑스)
프리다이빙 강습 둘째날에는 수영장에서 덕다이빙을 복습하고 다이나믹(Dynamic)을 배웠다. 다이나믹은 숨을 참고 물속에서 잠영을 하는 것이다. 잠영은 라이프가드 강습을 받을 때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핀을 차지 않고 했었는데 프리다이빙에서 잠영을 할 때는 핀을 차고 해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25미터 잠영을 여러 번 반복했는데 5미터 풀 바닥에 붙어서 왔다 갔다 했다.
잠수풀에는 스쿠버다이버도 꽤 있었는데 그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다이나믹 하는게 재미있었다. 오후에는 아피아 센터로 이동해서 강사님께 자세와 스킬을 피드백 받고 로그북을 작성했다. 교육을 마치고 프리다이빙 인도어 자격증을 받았다.
드디어 나도 정식으로
프리다이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