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 제주 범섬에서 - 어드밴스 코스

프리다이빙 편

by 봉봉주세용

프리다이빙 인도어 자격증을 받고 얼마 후 제주 바다에 가서 베이직 코스를 마무리했다. 수영장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는 것과 바다에서 하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수영장은 5미터 깊이라 물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에서 할 때는 무섭기도 했고 파도 때문에 멀미가 나기도 했다.


바다에 부이를 띄워 놓고 부이에 연결된 줄을 잡고 몇 번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그리고 익숙해졌을 때는 줄을 잡지 않고 그대로 다이빙 해서 물 속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10미터 정도 깊이까지 내려갔는데 몇 가지 테스트를 보고 프리다이빙 베이직 코스를 마무리했다.


시간이 지나서 다음 레벨인 어드밴스 코스를 시작했다. 이론교육과 수영장 교육을 끝내고 바다 교육이 남았다. 바로 바다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겨울이라 바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여름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기간에 주말마다 틈틈이 올림픽 수영장에 가서 트레이닝을 했다. 버디와 스태택과 다이나믹을 연습했고 한번씩 다이나믹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며 폐활량을 늘려갔다. 덕다이빙도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입수할 때 효율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계절이 되었다.


5월 말이라 수온이 차갑기는 했지만 슈트를 입으면 1-2시간 정도는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어드벤스 교육을 마무리하기 위해 제주로 출발했다.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이빙할 때 필요한 장비를 챙겨 뒀다. 보통의 날씨에도 제주 바다는 파도가 꽤 있다. 하지만 그 주에는 파도가 세지 않을 것 같았다. 프리다이빙을 하기에 적당한 날씨와 조건이었던 것이다.


왠지 즐겁게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 대평포구에서 개해제를 했다. 한 해 동안 안전하게 바다에서 다이빙할 수 있도록 바다에 기원하는 행사였다. 개해제를 마치고 대평포구 앞 바다에서 펀다이빙을 했다. 근처에 해녀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노명호대표님과 해녀 할머니들이 어떻게 다이빙하는지, 어떻게 물속에서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그날 깊은 곳은 수심이 8-12미터 정도였는데 펀다이빙을 하며 놀기에 적당한 수심이었다. 2시간 정도 바다에서 펀다이빙을 하고 출수했다. 다음 날은 범섬에서 본격적으로 수심 다이빙을 할 예정이라 그날은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범섬으로 가는 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같이 숙소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8명 정도 있었는데 둥그렇게 둘러앉아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몸을 풀어주고 폐스트레칭을 했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스트레칭을 하고 폐에 공기를 완전히 빼고 스트레칭을 했다.


물에서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폐는 쪼그라드는데 폐스트레칭을 함으로써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하며 머릿속으로 그날 어떻게 다이빙을 할 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부이에 매달려 있다가 최종호흡을 하고 덕다이빙으로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왠지 편안한 다이빙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비를 챙겨서 법환포구로 이동했다. 승선계획서를 작성해서 어촌계에 제출하고 범섬으로 가는 배에 올라탔다. 구름이 거의 없는 화창한 날씨였고 파도는 잔잔했다. 우리는 범섬 새끼섬에 내렸다. 빠르게 슈트로 갈아입고 바로 바다에 입수했다.


수온은 21도로 조금 차가운 편이었고 시야는 10미터 정도 나왔다. 제주에서 그 정도 시야면 괜찮은 편이다. 부이에 매달려 최기호강사님께 그날의 다이빙과 기술 설명을 들었다.


10미터에서 마스크 벗고 올라오기
10미터에서 핀 하나 벗고 올라오기
10미터 1분 휴식 후 인터벌로 다녀오기
10미터에서 물에 빠진 사람 레스큐해서 올라오기
20미터 찍고 오기


부이에 매달려 바다 밑을 보니 20미터 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다에서 내가 들어가 본 최고 수심은 12미터였다. 12미터도 편하게 다녀온 것이 아니라 간신히 다녀왔다. 그 이상 내려가려고 시도해 봤는데 호흡이 모자라는 느낌이 나서 못 내려갔었다.



20미터를 가야 하는데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보자라고 생각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보통 본격적으로 수심 다이빙을 하기 전에 워밍업 다이빙을 한두차례 한다. 워밍업 다이빙은 본인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깊이 까지만 내려가서 몸이 물에 적응하도록 하는 다이빙을 한다.


다이빙을 할 때 내려가는 방식에 따라 CWT(Constant Weight)와 FIM(Free Immersion)으로 구분한다. CWT는 내려갈 때 핀을 차서 내려가는 방식이고 FIM은 핀을 차지 않고 손으로 줄을 잡고 내려가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CWT로 내려가면 허벅지에 젖산이 쌓이기 때문에 보통 워밍업을 할 때는 FIM으로 내려간다.


FIM으로 워밍업 다이빙을 했는데 컨디션이 좋았다. 10미터를 넘고 15미터를 지나서 20미터까지 내려갔는데 괜찮았다.


두번째 다이빙에는 바로 CWT로 다이빙을 했는데 바다 바닥을 찍고 올라왔다.
24미터였다.


그 후 바로 나머지 스킬들을 하나씩 진행했는데 별 무리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오전 다이빙 후 출수하여 점심을 먹고 바위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바위가 따끈하게 데워져 있었고 햇볕도 따뜻해서 좋았다. 섬에서 보는 육지는 아름다웠고 멀리 보이는 법환 마을과 한라산 역시 그림 같이 멋진 풍경이었다.


오후 다이빙은 8킬로 웨이트를 잡고 그대로 바다속으로 내려가는 VWT(Variable Weight) 다이빙 체험을 했다. 그리고 CWT로 20미터 내려갔다 오는 것을 반복했다. 노대표님께서 세이프티를 보며 자세를 교정해 주고 코멘트를 해줬다.


그렇게 어드벤스 프리다이빙 과정을 마무리했다.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깊이 내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바다에서는 현실적으로 30미터 이상 내려가기가 어렵다.
30미터 이상 내려가려고 하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30미터까지 내려가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나는 해외에 나가서 프리다이빙을 좀 더 해 보기로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프리다이빙 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