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편
제주에 있는 범섬에서 프리다이빙 어드벤스 코스를 마쳤다. 24미터까지 내려갔는데 30미터까지 내려가 보고 싶었다. 30미터 바다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내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해외에서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다.
프리다이빙의 성지라 불리는 블루홀이 있는 다합과 태국의 꼬따오,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한 길리, 일본 오키나와, 세부 등을 많이 가는 것 같았다. 이왕 해외에 나가서 하는 프리다이빙이라면 외국인 샵에서 배우면서 한국과는 어떻게 분위기가 다른지 체험해 보고 싶었다.
* 세부에서 호핑투어할 때 다이빙 영상
프리다이빙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다합이다. 하지만 다합은 한국에서 짧게 다녀오기에는 거리가 멀다. 꼬따오와 길리는 샵 일정이 안 맞았고 오키나와는 펀다이빙 위주였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세부였다. 세부는 프리다이빙을 제대로 배우고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에 있고 무엇보다 바다 환경이 좋다.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맑아 시야가 좋을 때는 30-40미터까지 나온다. 그리고 조류가 세지 않아 보트 다이빙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나는 세부 막탄섬 끝에 “프리다이브 HQ”에서 SSI 레벨3(마스터 코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SSI 레벨3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미터를 갈 수 있어야 한다.
HQ의 티보는 레벨3 코스를 진행하기 전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30미터 수심에 갈 수 있으면 그때 레벨3를 진행하자고 했다. 티보는 HQ의 오너이다. 그는 프랑스 프리다이빙 챔피언으로 FIM 115미터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HQ에서 프리다이빙을 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HQ에서의 첫째 날. 숙소에서 간단히 바나나 1개를 먹고 HQ에 도착했다. 다이빙 보트는 10시30분에 출발한다고 했다. 9시부터는 요가 세션이 있었는데 바다 바로 앞에 매트를 깔고 차분히 요가를 했다. 생각보다 요가를 할 때 땀이 많이 났는데 덕분에 스트레칭이 제대로 되었다.
9시30분에는 조가 짜여 공지되었다. 강사 1명에 교육생 1-2명씩으로 조를 짜는데 나는 찰리 강사와 함께 하기로 했다. 슈트를 입고 장비를 착용하고 롱핀을 들고 보트에 탑승했다. 보트에는 20명 정도가 탔는데 배가 기울어서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며 중심을 맞추고 출발했다.
찰리는 배에서 몇 미터가 최고 기록이냐고 물었다. 나는 24미터라고 하고 30미터가 목표라고 했다. 찰리는 단기간에 기록이 느는 것은 어려우니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기록을 늘리자고 했다. 배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서 한 조씩 바다에 들어갔다. 파도는 좀 있었지만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찰리와 본격적으로 다이빙을 시작했다.
1회 10미터 FIM / 웜업 다이빙
2회 10미터 CWT / 웜업 다이빙
3회 15미터 FIM
4회 15미터 CWT
5회 20미터 FIM
6회 20미터 CWT
7회 25미터 FIM
8회 25미트 FIM
9회 25미터 CWT
10회 27.8미터 CWT / 최고기록
그날 나는 총 10회 다이빙을 했다. 한국에서는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면 보통 그 정도 횟수를 하는데 외국 샵에서는 5번 정도만 다이빙을 하고 마무리한다고 했다. HQ에서 첫날이라 그런 것을 몰랐는데 나중에 찰리가 다이빙 횟수가 많았다고 얘기해줬다.
마지막에 27.8미터를 다녀왔을 때는 다리에 쥐가 날 뻔했다.
그래도 내 최고 기록인 24미터를 넘어서 27.8미터까지 간 것이라 뿌듯함이 컸다. 다이빙을 마치고 HQ 식당에서 망고와 치킨밥을 먹고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잤다.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면 체력소모가 심한데 오전에 다이빙을 하면 낮잠을 자야 체력이 회복된다.
둘째 날에는 베테랑 악쳐 강사와 같이 물에 들어갔다. 보통 4파운드 웨이트를 허리에 찼는데 악쳐가 중성부력도 다시 체크해 보자고 했다.
1회 10미터 FIM
2회 15미터 FIM / 중성부력 체크
3회 25미터 CWT
4회 30미터 CWT
5회 30.6미터 CWT
6회 15미터 세이프티
둘째 날은 총 6회 다이빙을 했다. 전날 세웠던 27.8미터 최고 기록을 넘어 30.6미터까지 내려갔다. 다이빙 횟수를 줄였더니 30미터를 다녀오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중성 부력은 13미터 6파운드로 조절했다. 악쳐는 다이빙 후 휴식시간이 짧다며 다이빙 후 다이빙하는데 걸린 시간의 3배 정도 휴식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다이빙하라고 조언해 줬다.
부력은 양성부력,음성부력,중성부력이 있는데
양성부력은 물속에서 몸이 뜨는 것이고 음성부력은 가라 앉는 것,
중성부력은 뜨지도 않고 가라 앉지도 않는 상태이다.
13미터에 중성부력을 맞췄는데 13미터에서는 몸이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된다. 13미터 위로 가면 몸이 저절로 뜨게 되고 13미터 아래로 가면 몸이 저절로 가라앉게 된다.
웨이트를 무겁게 하면 내려갈 때는 쉽지만 올라올 때 힘이 든다.
웨이트를 가볍게 하면 내려갈 때 힘들지만 올라올 때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깊이에서 중성부력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30미터를 간다고 하면 1/3 지점인 10-13미터에서 중성부력을 맞추면 적당하다.
그날 다이빙으로 내가 세부에 올 때 목표로 했던 30미터 다이빙에 성공했다.
다이빙을 하고 나서 30미터가 내 한계가 아니라 좀 더 내려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찰리와 악쳐가 30미터 돌파를 축하해주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늘려가라고 다시 한번 조언해 줬다.
티보가 처음에 얘기한 SSI 레벨3를 하기 위한 최소요건인 30미터 다이빙을 했기 때문에 이제 레벨3 코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티보는 하루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코스를 시작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