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위화) - 리뷰
허삼관 매혈기. 책은 가볍게 술술 읽힌다. 허삼관이라는 사람이 한평생 피를 팔며 가족을 부양한다는 간단한 틀.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배경이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의 역사적인 사건을 위트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위화 작가의 글솜씨는 과히 천재 작가의 그 무엇이라고 할 만하다.
⠀
성안의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허삼관.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다는 삼촌의 말에 생애 처음으로 피를 팔기로 결심한 허삼관. 한번 피를 팔면 삼십오 원을 받는데 그 값어치가 반년동안 땅을 파서 일한 것 보다 많다는 설정이다. 피를 더 많이 뽑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물을 마시고 참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피를 팔고 전통처럼 먹는 돼지간볶음 한 접시와 황주 두냥.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황주를 마셔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으며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너무나 먹고 싶었다.
⠀
허삼관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피를 팔아 문제를 해결한다. 피를 판다는 것은 자신의 수명 시계를 단축하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피를 팔 수 밖에 없는 상황. 가족을 위해 허삼관은 번번이 피를 판다. 특히 첫째 아들인 일락이를 살리기 위해 병원을 옮겨가며 무리하게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은 이 시대의 가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런 허삼관의 헌신으로 건강을 찾은 일락이. 그렇게 그렇게 피를 팔아가며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는 성인이 된다. 반면 노인이 된 허삼관.
⠀
자신을 위해서 한번도 피를 뽑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피를 팔기로 결심하는 허삼관. 하지만 병원에서는 허삼관의 피를 뽑아도 쓸 곳이 없다며 거절한다.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허삼관에게 아내 허옥란은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잔뜩 시켜주고 마음껏 먹게 해준다.
⠀
위화 작가는 인터뷰에서 책에 나온 궁핍하고 가난한 상황이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매일 일어났던 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1970년 대만 해도 먹을 것이 없으면 매혈소에서 피를 팔아 생계를 연명했다고 한다. 우리 역시 그런 지독한 가난의 시기가 분명히 있었던 것이고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
얼마 전 현대판 장발장이라고 해서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 장발장 부자에게 밥을 사 준 경찰관은 그런 얘기를 했다. "요즘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답은 아직도 많다는 거. 그렇기 때문에 허삼관 매혈기가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
#허삼관매혈기 #허삼관 #위화 #북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