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편
‘고독한 미식가’는 고로라는 인테리어 중계업자가 혼자 식당을 찾아다니며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나오는 드라마다. 최근 한국 출장편이 방송되었는데 전주 비빔밥과 갈비를 맛있게 먹는 내용이었다. 원래 이 드라마는 만화가 원작인데 일본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다. 다니구치 지로는 2017년 죽기 전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다.
주로 휴머니즘이 가득한 만화를 그렸는데 ‘고독한 미식가’ 외에도 ‘아버지’, ‘우연한 산보’, ‘선생님의 가방’, ‘도련님의 시대’ 등을 그렸다. 이 밖에도 ‘열네살’ 이라는 작품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나는 그의 작품 중 ‘열네살’을 제일 좋아한다.
교토 출장에서 돌아오던 48세의 히로시는 기차를 잘못타서 고향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묻혀 있던 절에 갔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깨어났을 때 그는 14살의 몸이 되어 있었다. 생각과 기억은 48살인데 14살의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신을 보며 히로시는 놀라면서도 마음껏 즐긴다.
놀면서 수업을 들어도 막힘이 없다. 대학교육까지 마친 히로시에게 수학이나 영어는 식은 죽 먹기다. 무서운 선배를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싸움도 잘한다. 과거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학교 최고의 미녀인 도모코마저 히로시에게 푹 빠진다. 학교 다니는 것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 열네살, 다니구치 지로
누구나 한번쯤 어떤 시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생활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그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그렇게 하지 못해서 드는 후회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도 있고 그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때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뭔가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걱정했던 것도 있었을 텐데 그게 어떤 것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심각하고 중요한 것이었을 텐데 지나고 나니 별 거 아니라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봤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중학교 시절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30년 후 미래의 나 역시 현재의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 역시
30년 후 미래의 나는 기억 하지도 못하는 것이라는 것
지금 내가 다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좀 더
여유 있게 생각하고 그 당시를 즐기며 생활할 것 같다.
30년 후 미래의 나에게 30년 전인 지금 현재로 돌아가서
어떻게 생활하고 싶냐고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 것 같다.
지금 고민하는 것이 미래에는 별 게 아닐 수 있으니
지금은 좀 더 여유 있게 생각하고 즐기며 살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