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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책 읽는 방법

책 읽기 편

by 봉봉주세용

책을 읽을 때 맨 앞장에 내 사인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한 장소와 날짜를 표시해 둔다. 나중에 다시 책을 꺼냈을 때 그 표시를 보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분위기가 함께 떠오른다.


책을 어떤 커피숍에서 읽었는지
책을 읽을 때 커피 향이 어땠는지
그 커피숍의 조명과 흘러나오던 음악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책 한권에 다양한 느낌과 추억이 묻어 있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이 집에 왔을 때 책장을 보고 책을 빌려 달라고 한다. 드물게 책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빌려 달라고 했던 책과 똑같은 것으로 새 책을 사서 선물한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내가 읽은 책과 새 책이 같은 책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책으로 다가온다. 똑같은 책으로 보이지만 내가 읽은 책은 하나의 단순한 책이 아니다.


내 손때가 묻어 있고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내 생각과 추억, 시간이 녹아 있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책인 것이다.


빌려 달라는 사람이 많아 여러 번 산 책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책은 선물하다 보니 4권을 사게 되었다. 결국 내가 읽었던 책 역시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지금은 원서로만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책을 잘 권하지 않지만 특별한 분들께는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한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읽었던 책을 선물한다.


외국 작가가 쓴 책 중 좋았던 책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원서를 사서 읽어본다. 작가가 어떤 느낌으로 책을 썼는지 이해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원서로 된 책은 소리내서 읽는데 하루 30분 정도씩 읽다 보면 다 읽는데 대략 한달 정도 걸린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 작가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책을 읽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부터는 간략하게 책 내용을 정리하고 느낀 점을 적어 두게 되었다. 그러나 보니 책 내용이 그냥 흘러가지 않고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남아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지루한 책 이더라도 끝까지 읽었지만 요즘은 그런 책은 끝까지 읽지 않는다.


발췌독을 해서 읽기도 하고 정독을 해야 할 책은 꼼꼼하게 읽는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모르는 지역이 나오면 지도를 찾아보며 연결해서 읽는다. 그리고 책에 나온 좋은 내용은 원노트에 정리해 두고 필요할 때 한번씩 다시 꺼내어 읽어본다.


예전에는 종이책으로만 책을 읽었지만 요즘은 전자책으로 읽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전자책으로 읽다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전자책 리더기가 좋아져 눈에 피로도가 덜하고 책 읽기도 편해졌다. 특히 여행갈 때는 무거운 책 여러 권 대신 리더기에 전자책을 몇 권 다운받아서 간다. 가끔은 오디오 북으로 책을 듣기도 한다.


그렇게 책 읽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그리고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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