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편
회사에 입사하고 순천에 계신 작은아버지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누구보다 기뻐해 주셨고 회사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다. 작은아버지는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시작한 지 한달정도 되었는데 마침 그날 저녁 색소폰 연주회가 있다고 했다.
작은아버지도 한 곡 연주할 예정이라며
연주회에 같이 가자고 했다.
예전에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거기서 차인표가 색소폰을 멋있게 불었었다. 전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도 한번씩 색소폰 연주를 했는데 그 장면이 종종 뉴스에 나왔었다. 색소폰 연주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런 멋진 악기를 작은아버지가 배우고 있다니. 연주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색소폰을 연주할 지 기대되었다.
그날 저녁 작은어머니와 함께 연주회를 하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조그만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서 연주회 장소로 썼다. 플랜카드도 붙여 놓고 풍선도 달아놓고 해서 연주회 분위기가 났다. 중년의 학원 원장님이 먼저 셀린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을 연주했다. 원장님의 연주를 시작으로 한 명씩 무대로 나와 연주를 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고등학생까지 있었다.
거의 마지막 순서에 작은아버지도 연주를 했는데 긴장하신 것 같았다. 살짝 떨면서 연주를 했는데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색소폰을 시작한 지 한달 된 사람이 그 정도 연주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아마 연주회 무대에 서기 위해 한달동안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학원 원장님을 제외하고는 다들 비슷한 실력인 것 같았다. 어떤 분은 재즈를, 어떤 분은 팝송을, 어떤 분은 트로트를 연주하는 등 장르가 다양했다. 무대에서 프로처럼 멋진 무대매너를 보여주신 분도 있고 살짝 떨면서 조심스럽게 연주하는 분도 있었다. 한분 한분이 진지한 모습으로 연주하고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보면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작은아버지 집으로 돌아와 소주를 마셨다. 작은아버지는 2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했는데 은퇴하고 보니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늦었지만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연습할 때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다고 했다.
그날 연주회에서 무대에 오른 분들을 보면 교장선생님도 있고 은퇴한 회사원도 있고 다양하다고 했다. 대부분 사회생활을 은퇴하고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데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나에게 일도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악기 하나를 배워보라고 송년연주회에 데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악기를 하나 배워 두면 좋을 것 같았다.
뭘 배워볼까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색소폰을 배워보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