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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앙드레류와 색소폰

색소폰 편

by 봉봉주세용

색소폰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소프라니시모,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색소폰 등.


그 중에서 아마추어 연주가들은 보통 소프라노, 알토, 테너 이렇게 세 종류의 색소폰으로 연주한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케니지가 자주 연주하여 익숙한데 클라리넷처럼 쭉 뻗은 모양의 색소폰이다. 가장 높은 음역을 연주하는 색소폰으로 멜로디를 주로 연주한다.


알토 색소폰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색소폰 모양으로 연주폭이 넓고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으며 배우기가 수월해 입문자에게 적합한 색소폰이다. 테너 색소폰은 알토 색소폰보다 전체적으로 큰 모양이다. 저음역대의 남성적인 소리를 내기 때문에 재즈에서 주로 사용한다.


나는 알토 색소폰으로 입문했다.


전주에 근무할 때 사무실 근처에 있는 색소폰 학원을 찾아보았는데 근처에 적당한 곳이 있었다. 원장님은 클래식을 전공했는데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고 했다. 기술이나 기교는 색소폰을 잘 불게 되면 저절로 할 수 있게 되니 기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2주간은 학원에 가면 클래식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엄숙한 클래식이 아니라 주로 앙드레 류의 신나고 웅장한 연주 실황 동영상이었다. 악기를 오랫동안 다루기 위해서는 클래식을 좋아해야 하고 듣는 귀를 뚫어야 한다고 했다.


바로 색소폰을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학원에 가면 연주동영상만 보라고 하니 답답하고 지루했다.


2주가 지나고 이제는 색소폰을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원장님은 색소폰을 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마우스 피스를 무는 입 모양이라고 했다. 그 입모양을 앙부셔라고 한다. 앙부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음이 제대로 나지 않고 오랫동안 색소폰을 불 수 없다고 했다. 앙부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랫입술과 턱 근육이 발달해야 하는데 그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 날 때 마다 앙부셔 모양을 하고 유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주동안은 앙부셔 연습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또 2주동안 학원에 가면 앙드레 류 동영상을 보면서 앙부셔 연습을 했다. 앙부셔를 몇 분 하다 보면 입과 턱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데 그럼 앙부셔를 풀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앙부셔를 연습했다. 물론 앙드레 류 동영상을 보면서. 학원 사무실 소파에는 나처럼 색소폰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아저씨들이 동영상을 보며 앙부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앙부셔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민망한데 서로 하고 있으니 그 창피함이 덜 했다.
동지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앙부셔 연습을 2주동안 하고 드디어 색소폰을 만질 수 있었다.


색소폰은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라 왠만하면 처음부터 본인 악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원장님 지인에게 국민 색소폰이라 불리는 야마하 275 색소폰을 샀다. 색소폰도 있으니 어떤 곡이든 악보만 있으면 곧 멋지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색소폰 소리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2주동안 앙부셔를 연습했지만 잠시만 색소폰을 불어도 입술과 턱이 쥐가 날 것 같았고 금방 앙부셔가 풀어졌다. 앙부셔가 풀리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원장님이 왜 2주동안 앙부셔만 연습하라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원장님 말대로 입술과 턱 근육을 단련해야 했다.


운전을 할 때, 티비를 볼 때, 책을 볼 때 등 생각날 때 마다 앙부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두달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색소폰을 불 때 앙부셔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앙부셔부터 악보 보는 법, 스케일, 운지법 등을 하나씩 배웠다.


처음 색소폰으로 연주했던 곡은 “작은별” 이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도도솔솔 라라솔 파파미미 레레도’


“작은별” 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어려운 곡으로 넘어갔다.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늘어나면서 배우는 재미 또한 늘어갔다. 내가 좋아하던 곡은 스콧 조플린의 “더 엔터테이너” 와 케니지의 “러빙유” 였다. 비교적 손쉽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고 연주할 때 마다 기분이 좋았다. 트로트 연주도 즐겨했는데 “소양강 처녀”를 특히 좋아했다. 구슬프면서도 흥겨운 리듬이라 연주할 때 신나게 할 수 있었다. 원장님은 트로트 연주를 안 좋아해서 원장님이 없을 때 틈틈이 연습하고 연주했다.


그렇게 색소폰에 재미를 붙이고 서울로 발령이 났다. 서울에서는 재즈를 전문으로 하는 원장님께 색소폰을 배웠다. 하지만 야근이 많아 연습실에 자주 갈 수 없었고 지금은 색소폰을 꺼낸 지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 사촌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그때 순천 작은아버지가 축가로 색소폰 연주를 했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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