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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걷기

걷기 편

by 봉봉주세용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목적지 없이 걷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에 가서 여기 저기 둘러보며 걷는 것도 좋아한다. 때로는 발길이 가는 대로 힘들 때까지 걷기도 한다. 걷다 보면 무념무상이 되기도 하고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고민이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걷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걸을 때 보이는 풍경을 좋아하고 볼에 느껴지는 바람의 스침을 좋아한다.


그렇게 걷기를 좋아하는 내가 어느 순간 차 타고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져 한동안 걷기를 멀리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 목적지에 금방 갈 수 있다. 그런 편안함에 익숙해지다 보니 걷기의 즐거움을 잠시 잊게 되었다.


지하철 한 정거장 되는 거리를 갈 때도 차를 타고 갔고 간단한 생활용품을 사러 갈 때도 차를 타고 갔다. 주차할 곳이 없는 곳에 가야 하면 택시를 탔다.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다 보니 일할 때 사무실 내에서 걷는 것과 점심 먹으러 밖에 나갈 때 걷는 것이 거의 유일한 걷기였다. 그러다 보니 차분히 몸에 살이 쌓이고 천천히 몸무게가 늘었다.


무릎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살을 빼야 겠다고 생각했다.


새벽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걷기에 재미를 붙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걷기를 하기 위해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 이용하기
퇴근할 때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리고 걸어가기
점심 먹고 회사 주위 한바퀴씩 걷기
주말에 외출할 때 차 갖고 나가지 않기
하루 10킬로미터씩 걷기


습관을 바꾸고 자연스럽게 걷는 거리를 늘리다 보니 다시 걷기가 재미있어졌다.

맞다.


나는 원래 걷기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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