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편
신입사원 때 나는 한달에 한번 제주로 출장을 갔다. 회사에서 제주가 고향인 나에게 제주 거래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것이었다. 보통 주말을 끼고 출장을 갔는데 평일에는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고향집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한번은 주말에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어딘가를 급하게 가려고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차에 태워주는 게 아니지만 시골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밖에 나갈 때 차를 태워주고는 한다.
내가 그렇게 누군가를 태워주면 나중에 우리 어머니도 어딘가에 갈 때 누군가 태워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아주머니를 시내까지 차로 태워주게 되었는데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는 올레 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 님이었다.
당시 올레길이 생긴 지 얼마 안 되던 때였는데 한창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서울에서 올레 길을 걷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내려왔고 올레 길을 걷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모임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렇게 올레 길을 걷던 사람들 중 서로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 커플이 있었는데 서명숙 이사장님께 주례를 부탁했고 그 결혼식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올레 길 덕분에 인연이 되었으니 올레 길을 만든 이사장님이 인생의 은인이라고.
그 후 또 얼마나 많은 커플이 올레 길에서 인연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올레길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맺고 치유를 받고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도 한번씩 올레길을 걸으며 힐링을 한다.
혹시 다음에도 만나게 되면 시내까지 태워드릴게요 이사장님.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