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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올레길 7코스

걷기 편

by 봉봉주세용

내가 좋아하는 올레길은 7코스이다. 7코스는 서귀포 외돌개와 법환 포구, 강정천을 지나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외돌개는 단골 소풍 코스였다. 봄소풍, 가을소풍, 현장학습도 외돌개로 갔다. 외돌개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다. 거기에 앉아 장기자랑을 하고 수건 돌리기를 하고 보물찾기를 했다. 외돌개에는 많은 추억이 있어 지나갈 때 마다 과거로 추억여행을 하게 된다.


외돌개를 지나 한참 걷다 보면 법환포구가 나온다. 법환포구를 지날 때는 범섬이 크게 보인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범섬과 바닷길. 예전에는 바닷가 앞에 있는 땅은 죽은 땅이라고 해서 사람이 살기 좋지 않은 땅이라고 했다. 바로 바닷바람을 맞기 때문에 항상 눅눅하고 높은 습도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다. 또 벌레가 많아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바닷가 근처에 건물이 많이 세워졌고 아직도 또 다른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카페, 펜션, 음식점, 개인 별장 등등.


죽은 땅이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던 땅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높은 값을 쳐 준다고 해도 내놓는 사람이 없어 이젠 바닷가 근처에 있는 땅을 사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한번씩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 법환포구에서 배를 타고 범섬에 간다. 배에서 육지 쪽을 바라보면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파란 하늘과 한라산을 배경으로 아무렇게나 지어져 있는 건물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답답하다.


특히 상예동에 대규모 휴양단지를 개발한다고 마구 건물을 짓다가 법원 명령으로 건설이 중단된 곳이 있다.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그 건물들을 보면 그 답답함이 더 커진다. 언젠가 성산일출봉에 갔는데 한국말은 거의 들리지 않고 중국말만 들렸던 때가 있었다. 여기가 제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렸던 그때의 당황스러움이 잊혀지지 않는다.


최근 도로를 넓히기 위해 제주 사려니숲 삼나무 2,400여 그루를 잘라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나가기만 해도 좋은 그 도로를 왜 넓혀야 할까. 사람들은 빨리 지나가기 위해 사려니숲 도로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잘려진 그 삼나무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다.

제주는 제주답게 그냥 둬도 좋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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