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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재는 선물

걷기 편

by 봉봉주세용

영화 쿵푸팬더에서 주인공 포가 실력이 늘지 않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때 스승 우그웨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You are too concerned with what was and what will be is a saying.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 i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


“자네는 지난 일과 다가올 일을 너무 걱정하고 있어, 이런 말이 있다네.

어제는 역사요, 내일은 미스터리, 하지만 오늘은 선물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을 선물이라고 하는 걸세”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제대로 영어에 빠져봐야 겠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물속에 들어가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책상에 앉아 수영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수영을 잘 하는지 코치에게 설명을 듣는다고 수영이 늘지 않는 것이다. 직접 물에 들어가서 호흡을 해 보고 손을 저어보고 발차기를 해 봐야 수영 실력이 느는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영어의 바다에 빠져봐야 비로소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3개월 정도 영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라디오를 사서 방안에 하루 종일 LBC(London’s Biggest Conversation)방송을 틀어 뒀다. 영국 사람을 만나서 영어로 얘기하고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려고 했다. 특히 저녁마다 템즈강변을 걸으며 영어로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


내셔널갤러리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다우닝가 10번지를 지나간다. 빅벤까지 가서 잠시 템즈강을 보다가 웨스터민스터 브리지 앞에서 좌측으로 꺾어서 올라간다. 거기서 부터 오른편에 템즈강변을 끼고 걸어가게 되는데 런던브릿지까지 가면 3-4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1시간 정도의 거리. 그 시간에 나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내면 깊숙이 들어가 이런 저런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상상속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어린시절 우리 집으로 갈 수 있었고 대학교 때 자취를 했던 방으로도, 그리고 군대에 있을 때 매복을 하던 해안진지로도 가 보았다.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 정말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번은 템즈 강변을 걸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영어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현재(Present) = 선물(Present)


이라는 말이 떠 올랐다. 그 말이 갑자기 가슴에 와 닿으며 울림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순간인데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를 살아야 하는데 현재를 살고 있지 않았다.


미래에 이런 직업을 갖기 위해 이런 것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에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한다
미래에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이런 것을 준비해 둬야 한다


과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일 때문에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하느라 현재를 온전히 살지 않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답답했던 것이 뚫리고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것도 해결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며 살면 되는 것이다.


라는 것이 내가 찾은 답이다. 미래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를 즐기고 충실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미래는 내가 상상하던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니까.


그렇다. 현재는 선물이다. The present is a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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