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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해녀와 프리다이빙

프리다이빙 편

by 봉봉주세용

어딘가에서 해녀라는 단어가 들리면 왠지 바다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아련한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바다에 놀러가면 해녀가 있었다. 해녀들은 무리를 지어 바다에 나갔다가 해가 질 즈음 뭍으로 돌아왔다. 망태기에는 뿔소라,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이 가득했다.


제주 4.3사건이 올해로(2018년) 70주년을 맞았다. 당시 제주에 있는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 공식적으로 사상자가 2만5천명 - 3만명이라고 추산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다. 희생자는 남자가 많았다고 한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물이 고이지 않아 논농사를 지을 수 없다. 일을 해야 하는 남자는 없고 농사 짓기는 어렵고, 어쨌든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제주의 여인들은 바다에 들어가 아들, 딸 키우고 대학교육까지 시켰다.


해녀들은 보통 오전 8-9시에 물에 들어가 오후 3-4시에 바다에서 나온다. 하루 7시간 이상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데 중간에 휴식시간이 없다. 물론 아침, 점심도 먹지 않는다.(물에 들어가기 전 식사를 하면 잠수를 하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프리다이빙을 할 때 물에 1시간만 있어도 체력 소모가 심해 그 후에는 한참동안 휴식 시간을 갖는다.


해녀가 그렇게 오래 물질을 하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해녀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재 대표목록에 등재되었고 2017년 국가 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었다. 국가에서 해녀에 대한 지원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해녀가 작업하는 것을 물질이라고 하며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섭라(제주)에서 야명주(진주)를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629년 이건의 ‘제주풍토기’에 해녀들의 전복 채취 기록이 있다. 해녀는 8살에 얕은 바다에서 물질을 익히고 15살에 애기 해녀가 되고 70 - 80살까지 해녀로 생활한다.


해녀 수


깊이에 따른 해녀의 잠수양상


해녀의 종류와 소득


해녀와 프리다이버의 기술 비교



2018년 5월 대평포구 근처에서 프리다이빙을 했다. 근처에 해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해녀들과 함께 다이빙을 하며 물질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오랜 세월 해녀들이 몸으로 터득한 잠수기술과 방법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노하우는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잠수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다.


물에 들어갈 때 해녀들은 손과 발을 함께 사용해서 입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입수를 하면 에너지 소모가 많다. 하지만 프리다이빙을 할 때 덕다이빙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면 적은 에너지로 더 효율적으로 입수가 가능하다.


덕다이빙을 제대로 해서 입수하면 물 안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해녀는 이퀄라이징을 따로 배우지 않는다. 타고 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리다이버가 사용하는 발살바, 프렌젤 등의 이퀄라이징 방법을 사용하면 적어도 15미터 이상의 깊이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2016년 12월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해녀들 대부분이 5-7미터 내려가는 하군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다이빙 기술을 통해 해녀들이 좀 더 깊이 내려가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해녀와 프리다이버가 공존하는 제주 바다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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