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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Jan 09. 2020

추울 때는 역시 닭한마리

대학시절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면 선배들이 사줬던 닭한마리. 2층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면 테이블마다 닭이 펄펄 끓고 있었고 저마다의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안경을 끼고 있는 친구들은 하얗게 김이 오른 안경을 벗어 빈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으면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사장님은 신속하게 생닭 한마리가 들어있는 양푼을 들고와서 불을 붙이고 커다란 재단 가위로 닭을 잘랐다. (메뉴는 닭한마리 하나)

간장베이스의 양념장에 부추를 넣고 거기에 잘 익은 닭을 살짝 찍어서 먹으면 추웠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어느 새 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칼국수도 다 먹은 지 오래. 테이블에 소주병은 쌓이고 딱 한잔만을 외치다가 다들 벌게진 얼굴로 식당에서 나오며 얘기한다. "역시 추울 때는 닭한마리지."

최근 동네에 닭한마리집이 생겼다. 대기 줄이 길어서 좀처럼 맛볼 기회가 없었는데 어제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학생 때는 9천원이었는데 지금은 2만5천원. 그래도 역시 닭은 닭한마리가 최고다.



추울 때는 역시 닭한마리.

#닭한마리 #닭한마리칼국수 #양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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