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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Jan 29.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낸다는 것의 의미

몇 년 전 조그만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대표님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출판업의 현실,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해 얘기해 주셨는데 생각지 못한 포인트가 많아 도움이 되었다. 대표님께서는 마케팅 중 가장 어려운 분야가 출판 마케팅이라고 했다. 그때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다양하고 어려운 제품이 많은데. 책은 그래도 대중에게 친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작년 11월 '퇴근이 답' 에세이를 출간하고 서점에 자주 가게 되었다. 원래 서점에 자주 가던 편이었는데 내 책이 매대에 깔리게 되니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고 서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책 한권을 출간하기 위해 내 노력과 시간도 투입이 되었지만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편집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의 정성과 노력, 자본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이 컸다.

에세이 신간 매대에 깔린 책을 보니 표지부터 내용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책이 없었다. 내가 그랬듯 다른 작가님들도 정성을 다해 글을 썼을 것이고, 출판사에서도 고르고 골라 표지 디자인을 선택하고 책을 출간했으리라. 신간 매대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가는 책이 사실은 출판사에서 일일이 서점에 방문하여 담당자를 만나 설득하고 마케팅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출판사 책은 신간 매대에 몇 주 올릴 수 있지만 수많은 독립 출판사의 책은 거기에 올리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 어렵게 신간 매대에 올려도 단 1~2주가 지나면 새로 출간된 책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매 주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 그나마 책을 읽는 인구수는 급격히 감소해서 서점에 한참 서 있어도 책을 잠시 펼쳐보는 이는 있으나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왜 출판 마케팅이 어렵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글을 쓰고 출판사는 책을 낸다. 왜 그럴까.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책을 읽을 것이고 그걸 통해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 그렇기에 오늘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편집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매대에 올리기 위해 서점 담당자를 만날 것이다.



나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을 읽는다면 마법같은 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J.K. 롤링(해리포터 저자)

#퇴근이답 #북오션 #놀놀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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