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하는 곳에 있는 짧은 횡단보도. 빨간 털모자를 쓴 할머니와 어린 손녀가 손을 잡고 건너려고 하다가 차가 오는 것을 보고 머뭇거렸다.
차는 횡단보도 앞에 부드럽게 멈춰섰다. 서로 움직이지 않는 잠깐의 멈춤. 흙이 가득 묻는 흰색 포터의 운전기사는 창문을 열어 할머니와 손녀에게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어린 손녀는 기사에게 고개를 숙였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한손은 머리 위로 번쩍 들고 한손은 할머니 손을 꼭 잡은 채. 짧은 횡단보도였기에 할머니와 손녀가 길을 건너는데 몇 초 걸리지 않았고, 트럭은 다시 천천히 출발했다.
보통 차를 운전하다 보면 짧은 횡단보도에서 먼저 지나가려고 오히려 속도를 높인다. 차가 우선인 사회.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럭 기사님의 무심한 듯 시크한 배려가 멋있어 보였다.
10초의 품격.
⠀
#횡단보도 #기다림 #할머니 #손녀 #짧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