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주세용 Feb 01. 2020

목욕탕에서 아빠와 아들

주말이라 규모가 큰 목욕탕으로 갔다. 온탕은 미온탕과 열탕이 있는데 미온탕은 40도 내외로 따뜻한 정도이고 열탕은 42도 이상되는 뜨거운 탕이다. (열탕은 어르신들이 가끔 이용)

미온탕에 들어가서 몸을 풀고 있는데 온몸에 문신을 한(무릎 위쪽까지만) 키 190이 넘는 거구의 남자가 아들로 보이는 꼬맹이와 목욕탕에 들어왔다. 일순간 목욕탕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생겼다.

남자는 꼬맹이와 내가 몸 담그고 있는 미온탕에 들어왔다. 미온탕에 있던 동지들은 슬그머니 탕에서 나와 열탕으로 옮겨갔다. 나도 나가고 싶었지만 탕에 들어가면 10분 동안 있다가 나간다는 원칙을 깰 수 없어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편한 시간. 꼬맹이가 왔다갔다 하며 내게 물이 살짝 튀었는데 남자가 꼬맹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며 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꼬맹이가 아빠라고 하는 것을 보니 부자관계가 맞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10분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벽에 걸린 시계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탕에서 나왔다.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최대한 같은 공간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남자는 정성스럽게 아들 등을 밀어주었고 아들도 조그만 손으로 아빠의 등을 밀어주는 모습. 둘은 목욕을 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평범한 아빠와 아들의 모습.

거구의 남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모른다. 하지만 목욕탕에서는 평범한 아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목욕탕을 나오며 미온탕에서 마음이 불편했던 내 모습이 괜히 멋쩍었다.



목욕탕에서 아빠와 아들.

#목욕탕 #아빠와아들 #에세이

매거진의 이전글 답은 영화 속에 있었던 것인데 - 인셉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