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내셔널갤러리 앞에 있는 트라팔가 스퀘어. 날씨가 맑은 날에는 커다란 조각 피자 하나와 차가운 뚱땡이 캔콜라 하나를 사서 그곳으로 간다.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관광객을 구경하며 피자를 먹고 수첩을 꺼내 이런저런 글을 끄적인다. 한번씩 관광객이 다가와서 물어보고는 한다. 뭐를 쓰고 있냐고. 그러면 한 단어로 대답한다. “poem”.
시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영어로 할 수 있는 말이 한정적이었기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간단히 아는 단어로 대답하는 것이다. 한번씩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러면 그들은 한동안 경의에 찬 눈으로 글쓰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쓰고 있던 글은 가계부. ‘이번 달 방값은 어떻게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