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새벽 5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동네 사우나에 갔다. 4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좁은 탕에 어르신 한명이 앉아 있었다. 낯익은 얼굴. 누구지? 낯은 익은데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후 탕에 앉아 땀을 빼다 보니 생각이 났다. 홍준표 전 대표. 안경을 벗은 모습이라 잠시 헷갈렸던 것.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새벽의 사우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내 패턴으로 사우나를 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동네 삼겹살 집에서 홍준표 대표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내가 쓴 책을 선물해줬다. 그 분의 의견이 나와 같지는 않지만 소신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에 호감이 있었다. 사우나를 마치고 탈의실로 나왔는데 그가 거울 앞에 서서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인사를 했다. 어떻게 이 새벽에 이곳까지 오셨느냐고. 홍 대표는 잠시 나를 보더니 어색하게 악수를 청했다. (기억하지 못하시는 듯)
놀랐던 것은 나이에 비해 몸이 너무 좋았다는 것. 복근은 없었지만 온 몸이 탄탄하게 관리된 몸이었다. 그는 악수를 하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락커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 명함을 내게 건네 주며 얘기했다. '사람 잘못 본 것 같다고. 하지만 인상이 좋아서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다고.' 그가 건네 준 명함에는 2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강남역 근처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거기로 찾아가서 일을 해 보라고. 최소 30억은 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헤어지기 전 다시 악수를 했는데 분명 홍 대표와 악수를 했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새벽이었다. 회사 동료에게 얘기하니 한번 찾아가 보라고 했다. 강남역이면 금방 갈 수 있으니까. 반신반의. 그러다가 친구와 주말에 강남역에서 만날 기회가 되어 함께 찾아가 보기로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명함에 적힌 주소로 가 보니 사무실은 없었다. 그 자리에 평범한 카페가 있어 공부하는 이들이 가득했을 뿐. 도깨비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아직은 30억을 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면 30억을 벌 수 있었을까? 그리고 사우나에서 만난 사람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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