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군대 생활을 함께 했던 행정병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다. 이제는 둘 다 예비군도 끝난 나이가 되었지만 그 시절 얘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문득 몇 년 전 예비군 훈련 때가 생각났다. 동미참훈련 이었는데(출퇴근하는) 쉬는 시간에 친해진 아저씨들과 매점에 가서 컵라면을 사 먹는 게 꿀잼이었다.
매점은 임시로 사용하는 천막을 사용했는데 몸빼 바지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쓴 아주머니가 뜨거운 물을 한 국자씩 컵라면에 직접 넣어줬다. 계산을 하며 빠르게 물을 넣던 손놀림. 컵라면을 먹으며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아저씨들과 그런 얘기를 했다. 손님이 저렇게 많으니 돈이 좀 되겠다고.
오랜만에 사격을 하고 새로 도입된 페인트 탄으로 서바이벌 게임도 해봤다. 처음에는 다들 하기 싫어했지만 막상 시작하니 열심이었다. 그렇게 그날의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는 시간. 운동장을 가로질러 훈련장을 빠져나가는 검정색 벤츠 S클래스가 눈에 띄었다.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선글라스를 낀 여자의 모습. 바로 매점 아주머니였다.
잘못 봤나 싶어 같이 있던 아저씨들에게 물어봤다. 차에 탄 사람 봤냐고. 그렇게 끝난 예비군 훈련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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