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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리다이빙 강사과정(AIDA) - 2

프리다이빙 편

by 봉봉주세용


숙소에서 101 샵까지는 지프니(조그만 트럭과 버스의 중간형태, 한번 타는데 우리 돈으로 140원)를 타고 가다가 큰 길에서 내려 1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걸어가면서는 그날 내가 할 다이빙을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 물속에서 하는 것처럼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걸으면서 숨을 참고 이퀄라이징을 하고 최대한 자세히 그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려고 했다.


물에 떠서 준비호흡을 하고 준비가 되면 최종호흡을 하고 숨을 멈춘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덕 다이빙으로 물에 들어간다
핀을 부드럽고 길게 차면서 점점 내려간다
후드에 넣어둔 컴퓨터에서 첫번째 알람이 울린다(15미터)
15미터까지 이퀄라이징은 15번 한다
마우스필로 폐에 있는 공기를 입에 올리고 후두개를 단단히 닫는다
20미터까지 이퀄라이징을 5번 더 한다
내려가면서 코로 살짝 공기를 내보내 마스크 압착을 풀어준다
20미터에서 두번째 알람이 울린다
피닝을 멈추고 눈을 감고 프리폴을 시작한다
연구개를 중립으로 하고 공기를 조금씩 뒤로 보내 이퀄라이징을 한다
프리폴 속도가 빨라지고 물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난다
수압이 온몸을 조여오지만 괜찮다고 스스로 안심시킨다
35미터에서 마지막 알람이 울린다
오른손에 연결되어 있는 캐리비너가 40미터 줄 끝에 걸린다
눈을 뜨고 턴을 해서 상승을 시작한다
핀닝을 힘차게 한다 하나-둘 하나-둘
아직 20미터나 남았는데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힌다
하지만 괜찮다 곧 세이프티가 내려올 것이다
15미터에서 세이프티와 눈을 보는 순간 안심이 된다
다시 힘을 내서 피닝을 한다 하나-둘 하나-둘
드디어 수면에 도달했다
푸하- 참았던 숨을 내쉬고 빠르게 회복호흡을 한다


이렇게 걸어가면서 40미터 다이빙 이미지 트레이닝을 3-4번 정도 하면 101 샵에 도착하게 된다. 이미 온 몸은 땀으로 젖어 있다. 윗옷을 벗고 시원한 물을 한잔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티고 보냈다.


혼자 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려를 많이 해 주신 강사 트레이너님과 함께 강사과정을 진행한 동기 두 분이 있었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과정을 끝낼 수 있었다.


주영 트레이너님, 혜원 트레이너님, 크리스 강사님, 경진이형, 현주님, 희주님. 고마워요.


강사과정 기간에 프리다이빙에 대해 많이 배웠고 물에 대한 갈증을 모두 풀 수 있었다. 체력적, 정신적 한계도 경험했고 더 이상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이제는 충분히 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다이빙을 하며 배운 것이 있다.


겸손함과 감사함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물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프리다이빙 선수라도 숨을 참고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안된다. 거기서 피닝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면 급격히 산소가 소모되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5분 이내로 떨어진다.


* 30미터 다이빙 동영상

https://youtu.be/qm97QlSNaD0


보통 사람이라면 물에서 숨을 참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2분을 넘기기가 어렵다. 거기서 1-2초만 더 지나도 정신을 잃게 되고 조금 더 지나면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된다.


대자연 앞에서 사람은 작은 존재일 수 밖에 없고 겸손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와 처음 바다에 나갔을 때 5미터 잠수를 하는 친구가 부러웠고 바다속에서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내가 10미터 내려갈 수 있게 되었을 때는 20미터 바다가 궁금했고 20미터 내려갔을 때는 30미터에 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30미터에 내려가 보니 40미터 바다는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내가 경험한 40미터 바다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고 느낄 수 없었다.


실제로 어두컴컴하거나 생물체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40미터까지 내려갈 때 내 숨의 한계치까지 참고 갔기 때문에 40미터 바닥추를 손으로 찍고 정신없이 올라오기 바빴다. 눈앞에 뭐가 보이는지 40미터 바다는 어떤 느낌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단지 살기위해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올라가면서는 내가 과연 정신을 잃지 않고 수면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에서 정상적으로 호흡하는 게 간절했다. 딱 한번만 숨을 쉴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머리가 수면 위로 나오고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가 없다.


40미터 다이빙을 하고 올라오는 시간이 영원같이 느껴졌지만 불과 1분35초가 걸렸을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10미터, 20미터, 30미터, 40미터 내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물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고 거기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생은 기적이고 감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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