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는 사라지고

by 봉봉주세용

동생 표현으로 하자면 소중한 사람에게만 공유하는 장소,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그런 카페를 10년 전 동생이 알려줬다. 그곳에는 느낌 있는 사진이 여러 장 걸려있고, 내부에는 주인이 직접 모은 골동품과 꽃, 책으로 가득했다. 앤티크와 빈티지의 끝판왕. 넓지만 조용했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지금은 워낙 멋진 카페가 많지만 당시에는 독보적이었다. 카페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멈추며 힐링이 되는 느낌. 꽤 먼 거리였지만 한번씩 그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그냥 앉아 있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냥 그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

오랜만에 가 보려고 카페 이름을 네비에 찍었는데 그런 곳이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뭐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차피 네비를 보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 그냥 운전을 해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카페는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으로.

카페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 있었다.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은 흰 배경과 밝은 조명, 세련된 책상과 의자, 그리고 커다란 베이커리 공간. 직원도 1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기존에는 2명) 커피와 빵을 먹으며 잠시 앉아 있었는데 뭔가 불편했다. 분명 업그레이드 된 공간인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최근 그 동네가 개발되며 큰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아마도 기존 스타일로는 비싸진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주인은 가게를 넘겼을 것이다. 업그레이드 된 그곳은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곳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아쉽지만 새로운 아지트를 찾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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