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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전거와 어머니, 그리고 전동 킥보드

자전거 편

by 봉봉주세용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로 기억한다. 옆집에 살던 형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학교 운동장으로 데리고 갔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페달을 제대로 밟지 못했다. 넘어지고 다시 타는 것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제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형이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형은 저만큼 멀어져 있었고 나 혼자 페달을 밟고 있었다. 신이 나서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문득 운동장 한쪽에 서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어떻게 알고 왔을까 궁금했지만, 자전거를 타다 보니 어머니가 있었던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 들어 보니 어머니가 옆집 형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내가 봐온 어머니는 못 하는 운동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평범한 것 같이 보였지만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탁구는 선수급으로 쳤고 줄넘기 하는 것도 일반인이 하는 것과는 달랐다. 2단 뛰기, 3단 뛰기, X자 뛰기, 뒤로 넘기 등. 그랬기에 나는 어머니가 자전거를 못 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자전거 얘기를 하다가 어머니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르고 심지어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자전거를 안 타봤느냐고 여쭤보니 어머니가 어렸을 때는 자전거가 비싸서 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럼 지금이라도 내가 자전거를 사 드리고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못 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사람이 타는 전동 킥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벽마다 걸어서 교회에 갔었는데 최근 교회가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걸어서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동킥보드가 있으면 그걸 타고 새벽 예배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위험해서 안 된다고 얘기했고 어머니는 알겠다며 살짝 시무룩해 했다.


어머니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생각해보니 왜 그렇게 얘기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전동킥보드가 뭐 그렇게 위험하다고. 교회 가는 길에 타는 건 아니더라도 공원이나 넓은 공터에서 재미로 전동킥보드를 타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쓸 만한 전동킥보드를 사서 집으로 보냈다. 한 달 정도 지나서 어머니에게 전동킥보드는 탈만 하냐고 물어보니 아직 한 번도 안 타봤다고, 무서워서 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아버지가 한 번씩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는 당연히 그냥 타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머니에게는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이다.


어머니가 자유자재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그날까지 시간이 날 때 마다 공터에 가서 같이 연습하려고 한다. 파스텔톤의 이쁜 헬멧을 쓰고 성경책이 든 작은 가방은 맨 채 전동킥보드로 교회에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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