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제주 여행을 가시는 분이 갈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과 용눈이 오름을 추천해 준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 전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어 보고 떠나기를 권해 준다.
지금은 제주의 유명 관광지가 된 용눈이 오름. 주차장이 가득찰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이렇게 유명해 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제주에 있는 360개의 오름 중 한 곳인 그곳.
유명세를 타기 전 용눈이 오름은 아는 사람만 오르는 조용한 곳이었다. 사진가 김영갑은 그런 용눈이 오름을 사랑했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용눈이 오름을 찾아가서 사진 속에 담았다.
김영갑은 사진을 통해 '외로움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파노라마(6*17) 사진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지를 완성하고 그 한장의 사진에 자신의 영혼을 담아낸다.
사진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도 그걸 아는 사람은 드물고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서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 고백했던 그.
제주에서 항상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20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버스로 이동했는데 빵이 너무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먹지 못했다.
개인전을 1년에 한번 열었는데 14번째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전시를 하고 기간이 끝나면 그대로 다시 철수하는 것이 끝. 하지만 그 후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유명세를 타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운명의 장난인가. 그 시기에 맞춰 그는 루게릭 병에 걸린다. 사람들이 같이 밥을 먹자고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 시작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없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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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따라 먹고 싶은 게 많아도 코로 먹고 눈으로 먹어야 할 뿐. 건강할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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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을 하며 몸무게는 70kg에서 47kg으로 줄었고 모두 다 미쳤다고 말렸지만 그는 폐교를 임대해 기어코 2002년 8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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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오픈 후 3년이 안 되어 그는 하늘나라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긴 열정과 사진은 아직도 그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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