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에 생긴 일

by 봉봉주세용

새벽 2시가 넘은 으슥한 밤. 50대의 한 남자가 주택가 상가를 어슬렁 거린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든 그는 낡은 여름 자켓을 걸치고 있는데 핸드폰 화면을 보다가 상가의 안을 몰래 들여다 본다. 사람이 지나갈 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핸드폰을 보고 그 후에는 아주 유심히 상가를 들여다 본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편의점에 다녀오고 다시 그 자리를 지킨다.

도대체 뭘 하는 걸까. 혹시 대리 기사? 하지만 그는 이미 술에 취한 듯 비틀 거리고 있다. 갑자기 상가 앞에 등장한 흰색 그랜저 IG. 허자를 달고 있는 그랜저는 비상 깜박이를 켜고 정차한다. 손에 타투를 하고 스냅백 모자를 쓴, 운동을 한 듯 몸이 건장한 남성이 천천히 차에서 내린다. 그는 50대 남성을 발견하고 묻는다.

“당근이세요?”
“네. 당근입니다.”

당근은 암호일까? 대화는 더 이상 없다. 50대 남성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물건을 꺼내 타투를 한 남자에게 건네주고, 재빨리 자리를 뜬다. 타투를 한 남자는 내용물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담배 한 대를 핀다. 피곤해 보이는 그는 다시 한번 물건을 확인하고 살짝 미소 지으며 차에 올라탄다. 비상등을 끄고 스르르 미끄러지며 골목을 빠져나가는 그랜저. 아마도 쿨딜?




한여름밤의 쿨딜.
당근당근.

#당근마켓 #기묘한이야기 #쿨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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