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품격

주말 스케치2

by 봉봉주세용

오늘 카페 옆자리에서 목격한 투자 설명회 뒷 이야기. 어르신 세 분과 40대 남성. 40대 남성은 노트북 화면을 보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20% 이상의 투자 수익률과 원금 보장 시스템. 누구라도 혹 할 수 밖에 없는 조건. 나 역시 순간 거기에 빠져 투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 하던 할머니 중 한 명이 갑자기 남자에게 질문했다.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냐고. 남자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얘기해 줬고 할머니는 조상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조상 드립이라니. 듣고만 있던 할머니는 40대 남자에게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젊었을 때 다단계, 네트워크, 방판 등 많은 경험을 했었다고. 남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상당히 메리트 있는 상품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돈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님을 섬기는 것이라고. 그때부터 시작된 할머니들의 조상님과 제사에 대한 설명. 40대 남성은 끼어들지도 못하고 할머니들의 종교 얘기를 30분 이상 들어야 했다.

순진하게 생긴 할머니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였다. 적의 공격을 유연하게 받아 넘기고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집요하고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40대 남자는 결국 이렇게 소리 질렀다. “종교 얘기는 이제 그만!” 할머니들은 그 얘기를 들으며 여유있게 웃었고 남자는 울상이 되어 결국 노트북을 접었다. 그리고 나는 웃음을 참다가 커피의 반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승자는?




고수의 품격.

사기 vs. 종교.


#고수 #투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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