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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전야 비행기 안

by 봉봉주세용


비행기를 탔다. 태풍 때문에 다음 날부터는 거의 모든 항공편이 결항이라 만석이었다. 마스크를 쓴 승객으로 가득 찬 비행기 안. 내 자리는 비행기의 뒤쪽. 웅성거리는 소리와 좁은 복도를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위쪽 화물칸 문을 닫는 스튜어디스들. 출입문을 닫고 출발한다는 안내와 함께 서서히 미끄러지는 비행기.

살며시 눈을 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생각은 깊게 이어지지 못하고 잠이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기억이 희미해 지고 잠에 빠지려고 하는데 뒤쪽에서 끙끙거리는 강아지 신음 소리가 들린다. 불편해 하는 승객들과 그런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강아지를 달래는 주인의 낮은 목소리.

사람도 무서운데 좁은 케이지 안에 있는 강아지는 비행기 안이 얼마나 무서울까. 크게 짖지도 못하고 조그맣게 신음 소리를 흘리는 강아지. 그 소리가 서서히 희미하게 들리며 잠에 완전히 빠져든다. 1시간 정도 잤을까. 눈을 떠서 밖을 보니 활주로가 보인다. 도착했구나 싶어 안전 밸트를 풀고 있는데 승무원이 빠르게 다가와 제지한다. 곧 이어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 비행기는 곧 출발하겠습니다."






태풍 전야 비행기 안.


#태풍 #바비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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