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때로는

by 봉봉주세용

예전 대학교에 다닐 때 저녁에는 거의 술집에 있었다. 그때는 안주도 쌌고 술집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루는 막걸리, 하루는 광어, 하루는 고갈비(고등어), 하루는 닭한마리. 그렇게 매일 마셔도 술자리의 화제는 끊이지 않았고 즐거웠다.

술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에 일을 하고, 때로는 교재를 팔기도 하고, 때로는 학생증을 맡기고 술을 마시던 그때. 술을 마시다 보면 테이블에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껌을 팔고, 파인애플을 팔고, 무언가를 팔던 분들. 그때마다 술에 취해 무언가를 샀고, 그때마다 선배들에게 혼이 났다. 그런 건 사는 게 아니라고.

어느 새 그걸 사지 않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 옆 테이블에 파인애플을 파는 분이 왔다. 테이블의 껄렁거리는 것처럼 보였던 나이 어린 손님들은 친절하게 파인애플을 시식하고 그것들을 샀다. 그들은 그게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기분 좋게 그걸 사고 맛있게 먹었다. 파인애플을 파는 분이 조금 더 일찍 집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때로는.


#생일 #전어회 #술자리 #파인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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