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수능날이라 그런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비장해 보인다. 두꺼운 파카에 꽁꽁 둘러싼 목도리, 그리고 얼굴에는 마스크. 문득 오래 전 수능을 볼 때를 떠올려 봤다. 무척 추웠던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지 않고 추웠다는 것 밖에는.
수능 다음 날 학교에서 가채점 결과를 적어내고, 하루 종일 교실에서 비디오를 봤다. 선생님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고, 알아서 보다가 집에 가라고 했다. 그때 본 영화는 주유소 습격사건. 유오성과 유지태, 이성재가 주유소를 습격한다는 내용. 아마도 주유소 사장은 박영규였을 것이다.
그런 영화를 2-3편 보다가 이른 오후 학교에서 나왔던 것 같다. 그 시간에 학교가 아닌 밖을 돌아다니는 건 낯선 경험이었다. 자유가 주어졌지만 어색했고, 그렇게 보고 싶었던 비디오도 학교에서 일주일 동안 보고 나니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BBC에서는 "코로나에도 인생 바꾸는 시험 치러… 나라 전체가 쉿!"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수능 점수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는 인식. 맞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점수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
그 후에 더 많은 일이 있다. 수많은 테스트가 있고, 변수가 있으며, 인터뷰를 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수능도 중요하지만 그건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이다. 수능을 잘 보면 좋겠지만 못 봐도 어쩔 수 없다. 아마 한 명, 한 명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진정한 승부의 세계는 수능 이후에 시작된다.
Welcome to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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